金潤圭 현대건설사장『남북정상회담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제도적 틀과 환경 조성이란 의미를 갖고있으며 이에따라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북한진출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장 이익을 올리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경협문제로 그동안 20여차례나 방북, 국내경영인중 최고의 「북한통」으로 꼽히는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사장겸 현대아산사장은 『남북경협 사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金사장은 북한통외에도 여러 별명을 갖고있다. 「일벌레」,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그림자」등등... 여기다 현대건설 이사회의장이라는 또다른 직함까지 부여받았다.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그는 요즘 건설업무 챙기랴 대북경협사업 신경쏟으랴 초를 나눠쓰고 싶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출근시간도 아침 6시이전으로 앞당겼다. 방북을 앞두고있는 金사장을 만나 남북경협및 건설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많은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문 채택과정을 보면서 충격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金사장의 감회는 남달랐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럴때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말을 하나요. 말로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남북간 최초의 대규모 투자사업인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었을겁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겪어왔던 어려움과 보람된 기억들이 차례로 떠오르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북한도 변했다는 말을 합니다. 2년전 경협을 추진할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떤 느낌을 갖습니까.
▲초기에는 상호이해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오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금강산관광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평양·서울의 통일농구대회 개최도 그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당국간에도 자주 대화하다보면 서로를 더많이 알게되고 그러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는 28일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와 함께 북한을 다시 방문하는데 어떤 사안을 협의할 예정입니까.
▲이번 방북은 정상회담이후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3월부터 추진된 것입니다. 서해안공단 위치선정과 금강산관광개발 사업 확대를 주로 협의할 예정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이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서해안 공단은 입지여건이 좋은 해주일원으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 해주지역은 부지조사작업을 못했으나 이번 방북을 통해 조사작업을 신속히 진행, 부지를 확정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해야지요. 또 금강산에 이어 칠보산과 백두산으로 관광루트를 확대하는 방안도 협의할 예정입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면담계획은 있습니까.
▲요청은 해뒀습니다만 金위원장의 일정에 달린 문제여서 어떻게 될지는 알수없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이기 때문에 잘 되지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의선 복원등 철도연결및 현대화 문제가 깊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사회간접사업(SOC)사업중 우선 성사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대는 어떤 계획을 갖고있습니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남북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봅니다. 먼저 경의선 복원은 서해안 공단사업과도 큰 관련이 있습니다. 공단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부자재와 상품의 원활한 수송등 효율적인 물류체계를 구축해 입주업체의 물류비 절감이 필수적입니다. 또 금강산관광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육로를 통한 관광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에 동해북부선(강릉~온정리) 일부구간과 금강산선의 복원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공단에 많은 업체가 입주해 잘 돌아가고 관광객도 많아지면 남북 모두에 이로운 것 아니겠습니까.
-철도복원은 남북교류 활성화 촉진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건설공사 수주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건설업계 전체가 큰 관심을 갖고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철도연결사업은 현실적으로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남북당국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리라 봅니다. 현대는 이에맞춰 관심과 능력이 있는 여러 기업과 단체들과 공동으로 추진할 작정입니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계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같습니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대북경협은 인도적·민족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원리가 적용돼야 합니다. 남북간 긴장완화는 북한의 외자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이는 성공적인 남북경협으로 연결되리라 봅니다. 정부도 이에대한 연구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현대가 대북경협 사업에 지나친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지요. 복원추진되는 경의선만해도 장기적으로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철도로 활용할 수 있어 중국과 러시아등 주변국에게 중요한 루트가 될 것입니다. 우리측이 투자해도 손해보진 않을 겁니다. 정상회담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 것도 이같은 의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대건설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고있고 현대건설도 한때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는데 지금은 사정이 어떻습니까.
▲투신·종금·은행권등 금융산업의 제2차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편향된 자금운용으로 자금흐름이 왜곡됐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돈이 제대로 돌지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일시적으로 자금흐름에 병목현상을 겪었지만 이제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지속적인 자구노력으로 부채를 줄여나가고 있으며 해외공사 수주도, 국내 주택사업도 잘 진행돼 경영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경상이익이 나고 있습니다.
기업이 잘되고 있다면 금융지원을 잘해줘야 하는 것아닙니까. 사실 금융기관으로서는 현대건설만한 채무자가 어디있습니까. 경영실적 괜찮지, 이자 또박또박 내고 있지. 은행으로서는 이만한 장사가 없지요.(웃음)
-鄭명예회장과 鄭전회장이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 두분에게 업무보고를 합니까.
▲주주로서 지켜보겠다는 두분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됩니다. 鄭회장은 일선에 있을때도 전문경영인들이 자율경영을 강조하며 이것저것 간여하지 않았으며 퇴진선언 이후에는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최근 제가 鄭회장의 사퇴로 공석중이던 현대건설 이사회의장으로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회사경영에 대해 업무보고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鄭전회장이 남북경협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있는 현대아산의 이사로 있기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는 서로 협의합니다.
-이사회의장을 맡게돼 책임이 무겁겠습니다.
▲시장이 지켜보고 있지않습니까. 전문경영인이라는 자리가 이렇게 짐이 무겁고 어려운 자리인지 새삼 느낍니다. 「고객·주주·종업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있는 신뢰받는 경영인이 되자, 그렇지않으면 죄를 짓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합니다.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며 제자신도 부지런히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해외 건설공사 수주가 전반적으로 지난해만 못합니다. 그런데도 아까 현대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는데 비결이 뭡니까. 또 올해실적을 어느 정도로 전망하고 있습니까.
▲국제무대에서 현대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작년의 경우 해외시장 다변화정책및 적극적인 해외건설시장 공략으로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총 45억달러의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습니다. 올들어서도 현재까지 총 19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해 올목표치 5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준농림지 폐지와 새 도시계획조례 시행등 주택시장에 악재들이 겹치고 있습니다. 주택부분의 비중이 적지않은데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 작정인지요.
▲제도개선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업계 전체가 당장은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준농림지 폐지로 인한 비도시지역 개발 대안으로 「민간택지개발사업」이 있습니다. 이는 현대가 지향하는 디벨로퍼로서 입지강화와도 연관되며, 특히 7월 시행되는 도시개발법에 의해 궁극적으로 민간신도시 개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환란이전에 수주한 프로젝트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돼가고 환란이후 수주물량은 거의 없어 고전하고 있습니다. 건설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현대의 경우 현재 국내외공사 수주잔고가 약 22조원으로 3년치 공사물량이 확보돼있고 올해 수주만도 6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6% 성장했습니다. 이에따라 올 전체매출이 전년대비 30% 성장한 7조3,000억원 이상, 경상이익은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건설시장은 올 상반기를 고비로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내년말께는 IMF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대담 李賢雨건설부동산부장 HULEE@SED.CO.KR/정리=권구찬기자 CHANS@SED.CO.KR /사진=신재호기자
권구찬기자CHANS@SED.CO.KR
입력시간 2000/06/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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