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핫이슈] 北核, 증시 영향 적을 듯

외국인 움직임이 변수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시장이 또 한번 핵 문제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지난 94년에 북한 핵과 관련한 부분이 주식시장을 압박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앞으로 사태의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핵 문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기 위해 먼저 94년 시장 동향을 살펴 보자. 94년 핵 문제의 시작은 93년 3월 12일 북한이 미신고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에서 탈퇴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거듭됐고 마침내 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 전문 원자로의 핵연료 봉을 일방적으로 교체하면서 북ㆍ미 회담이 중단됐다. 이즈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 논의가 시작됐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소식통에서 북한 핵과 관련한 미확인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제기됐고 급기야 '서울 불바다론'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서는 라면과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사태는 94년 10월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에서 핵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끝이 났지만 주식시장은 중간 중간 터진 남북정상회담, 김일성 주석 사망 같은 메가톤급 재료들을 겪어야만 했다. 1년 반 이상 끌어 온 94년 핵갈등은 주식시장에 세 차례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는 '서울 불바다론'이 나왔을 때다. 94년 3월 19일 특사교환을 위한 8차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박영수 단장이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주가가 요동을 쳤다. 이미 2월 중순부터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60포인트 정도 하락했던 주식시장은 발언이 보도된 다음날 8포인트가 떨어졌고 이 같은 하락세는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두 번째는 카터대통령의 방북에서 시작해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이어지는 94년 6월이다.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6월초에 종합주가지수가 950포인트에서 890포인트까지 떨어졌지만 예기치 않던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 만에 25포인트가 급등했다. 세 번째는 북미간 핵 협정이 가시권내에 들어온 94년 9월~10월로 주가가 9월 중순에 1,000포인트를 넘었고 한 달 만에 다시 1,100포인트를 넘는 강세를 이어갔다. 당시 주가 상승은 북한 핵 문제라는 오랜 악재 해소와 함께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가 맞물린 결과였다. 94년의 경우를 보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핵 문제가 불확실성을 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 문제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억누르는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갈등이 고조돼 불안감이 높아질 때에는 주가가 떨어졌지만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갈 때에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이번 핵 문제도 94년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면 된다. 따라서 앞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핵 문제가 당장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94년의 경우 핵 문제가 상당한 갈등으로 발전한 반면 현재는 여러 당사국들이 우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만일 상황이 악화돼 핵 문제가 시장에 걸림돌이 된다 해도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 투자자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정치적인 부분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그쳤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두 번이나 발생했던 서해교전에서 예를 볼 수 있는데 과거 같으면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었던 일들이 주식시장에 잠시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영향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핵 문제가 외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외국인이 핵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컨츄리 리스크(Country Risk)가 높아졌다고 느낄 경우 매수에 소극적이거나 일부 매도에 가담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매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 94년 상황이 외국인 매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시에는 외국인 매매 한도 등 제약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4년 연간으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특히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6월에도 매수량이 크게 줄지 않는 것을 보면 핵 문제를 컨츄리 리스크 증가로 치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어려운 주식시장에 북한 핵 문제라는 정치적 악재가 나타났다. 과거 전례를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세계 경기 둔화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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