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들, 고금리 수신경쟁 여전

구조조정 앞두고 '덩치키우기' 포석 지적예금유치를 위한 은행간 금리경쟁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네고금리를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데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는 은행권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덩치 키우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을 제외한 10개 시중은행의 은행계정 수신액은 지난 4월 말 현재 270조53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2조2,168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은행 수신액 증가는 투신사는 물론 은행 신탁계정에서 이탈한 자금이 확정금리를 주는 은행계정 상품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이와 함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은행들의 고금리 경쟁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지만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점포장 전결의 네고금리를 통해 다른 은행 수준으로 금리를 맞춰줘야 하는 형편』이라며 『이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들이 외형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년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대부분 은행의 고시금리는 7%대이지만 고시금리만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예금금리 인하를 단행, 1년만기 정기예금 고시금리가 7%로 은행권 최저인 주택은행 역시 점포장 전결로 최대 8.1%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조흥·외환·신한 등 고시금리가 7.6~7.8%인 은행들도 0.5~0.7% 안팎의 점포장 전결금리를 보태 수신금리를 최대 8.3%까지 높여 지급하고 있다. 은행간 고금리 경쟁이 사그러들지 않자 네고금리를 없앴던 은행이 이를 다시 도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년만기 정기예금 고시금리가 7.8%인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점포장 전결금리제도를 페지했지만 타은행과 경쟁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일주일여 만에 9일 최대 0.3% 범위 내에서 점포장이 네고금리를 줄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같은 고금리 경쟁은 결국 은행의 수익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A급 기업의 1년만기 대출금리가 최근 9%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신금리는 7.5% 이하여야 적정한 마진을 남길 수 있다』며 『8%가 넘는 수신금리로는 현격히 줄어든 예대마진을 회복시킬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JUNE@SED.CO.KR 입력시간 2000/05/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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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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