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ID기승에 술집주인들 '조마조마'
컴퓨터와 인터넷이 급속 보급된 이후 엉뚱하게도 술집 주인들이 가슴을 조리고 있다.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소프트웨어로 정교하게 조작된 가짜 신분증(ID)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 경우 해고 또는 사업면허 취소 조치를 당하게 되는데, 식별하기도 어려운 가짜 ID가 확산되고 있으니 손님을 맞으면서도 개운치 않은 것이다.
최근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청소녕들 가운데 75~80% 가량은 가짜 ID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을 통해 세밀하게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컴퓨터 조작과 인터넷에 친숙한 10대들은 약 20분만에 감쪽같은 가짜 ID를 만들어내, 이를 수십달러에 팔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학생들이 밀집된 대학가 주변은 가짜 ID 유통의 온상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가짜 ID의 확산의 심각성은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가짜 ID를 이용한 외국인들의 불법 이민과 금융 사기 등의 범죄행위다.
미 상원 산하 소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유포되고 있는 가짜 ID 가운데 30%는 인터넷상으로, 또는 가짜 ID 제작을 위해 개발된 CD롬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소위원회의 조사담당 커크 왈더는 최근 추세로 볼 때 현재는 이 수치가 60%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운전면허 발행 당국은 가짜 ID 식별을 위해 운전면허증에 일정 기간마다 자기테이프와 바코드, 입체 사진 도입 등 새로운 보안 장치를 도입하지만, 그때마다 감지기를 교묘히 피해가는 새로운 기술이 어느 틈엔가 개발되고 만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감시의 눈을 피해가는 가짜 ID 제조자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당국 및 업체들간 경쟁도 첨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 ID 감지기 판매업체인 뉴욕 소재 인텔리-체크 수석 부사장인 로버트 홀로웨이는 "담배 한 갑과 맥주 한 병을 구하려는 10대들만큼 창조적인 기술자들이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상원은 인터넷을 통한 가짜 ID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상의 가짜 ID 판매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첨단 기술로 무장한 '겁없는 10대'들을 막는데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
인터넷과 컴퓨터가 급속도로 보급되는 상황에서 가짜 ID 제조자들과 당국간의 쫓고 쫓기는 경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