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이다. 한국형으로 불리는 이 같은 경영방식이 난국을 불렀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방만한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문어발식 경영과 유사한 용어로 `사업 다각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주력 사업의 영역을 넘어선 경우를 문어발식 경영, 본업을 중심으로 기술 자원 판매 등의 강점을 살리면 사업다각화로 본다.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자원과 열정의 낭비 없이 사업집중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미국의 한 유명한 경영 전략가의 이른바 `가위 바위 보 이론`은 매우 흥미롭기에 이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론은 바위-)보-)가위의 순으로 이뤄진다. 먼저 한가지에 자원과 열정을 투입한다. 이것이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바위`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이익을 낸 다음, 관련 제품의 종류를 늘린다. 이것은 주먹을 펴서 만들어 내는 보에 해당한다. 마지막이 채산성이 나쁜 제품을 잘라내는 것. 마치 무성한 나무에 가위로 가지치기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실제론 `보`로 제품을 늘리는 것까진 쉬울 수 있으나, 자원과 열정이 투입된 제품을 `가위`로 잘라내기는 참으로 어렵다. 많은 기업의 실패 이유가 이것이다. 결단력이 부족해서든 또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든 가지치기에 소홀하면 잘 자랄 수 없다.
GE가 문어발식 경영의 폐해를 극복하고 항공기엔진, 가전제품, 의료기기, 전력시스템, 캐피털, 항공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답이 가능하겠지만 업계 1ㆍ2위가 아니면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혁신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어느 정도 성공하면 자만에 빠져 혁신 노력을 게을리하기 쉽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적당한 이익과 사업확장으로 잘 운영되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혁신 없는 성장은 퇴락의 신호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한그루의 사과나무도 충실하게 키우려면 균형 유지에 필요한 가지 외엔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가지가 현재 달콤한 열매를 갖다 주더라도.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