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e-리더] 리자청 창장그룹 회장

아시아 최대 갑부인 홍콩의 리자청(李嘉誠ㆍ사진) 창장(長江)그룹 회장이 재수 끝에 만리장성을 넘었다. 리 회장 소유인 홍콩 인터넷기업 톰닷컴은 최근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AOL타임워너로부터 중국오락TV(CETV)의 지분 64%를 680만달러에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CETV는 중국 광둥(廣東)지역에 방송권을 지닌 상업방송으로 성장잠재력이 무한한 중국 대륙에 몇 안 되는 외국계 방송사다. 지난해 광둥지역 방송권을 갖고 있는 홍콩 ATV 지분 33%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리자청은 이번 CETV 인수로 중국 미디어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CETV는 경영성적표만 보면 부실기업이나 마찬가지. 이 회사는 방송개시 1년반 동안 광둥지역 방송시장의 2%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45만달러 매출을 올린 이 회사의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손실(EBITDA)은 무려 1,700만달러에 달했다. 매출의 40배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 그러나 12억 시청자에 대한 시장선점 효과로 얻어 들일 엄청난 잠재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AOL타임워너의 지분매각은 26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여야 하는 비상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 AOL타임워너가 CETV의 경영권을 톰닷컴에 넘기면서도 36%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리 회장은 78억달러의 재산으로 미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28위, 아시아 1위 갑부다. 그러나 그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 하락에다 차남인 리처드 리가 경영하는 PCCW의 주가폭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부동산 및 주식가격 하락으로 줄어든 리 회장의 재산만 22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본토 미디어 시장을 발판으로 지난 몇 년간의 부진을 털고 전세계 화상(華商)을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리 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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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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