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확신을 의심해보자

역사상 지구나 인류에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힌 사람들의 공통점은 스스로의 신념을 너무 맹신했던 부류다. 비록 범죄행위를 저지른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나 국가, 나아가 인류가 발전할 수 있다면 양심에 비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다. 법률적 용어로는 `확신범`쯤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개혁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각 부처마다 4~5급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주니어보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직 사회 개혁을 위한 공무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혁의지를 갖춘 젊은 공무원들을 묶어 신선한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이를 공직사회 내부의 변화 동인으로 삼겠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것이 기본 발상이다. 한마디로 개혁의 주체 세력을 조직화시켜가겠다는 말이다.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 40세 이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내부 혁신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덧붙여 전해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이 조금 지난 시점에 불거진 `개혁 주체세력 만들기`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업에서 말하는 `핵심인력 키우기`다. 노 대통령 주변 사람들도 “이런 조직은 삼성이나 소니 등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에게 힘을 집중시켜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현재의 막혀있는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사안을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이게 분란의 씨앗이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핵심인력 그룹이란 한마디로 `조직 속의 조직`이다. 그것도 현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개혁이라는 명제를 놓고 조직 속에 소집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알짜집단 또는 선명성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구별하는 빌미가 된다. 청와대 쪽에선 세상을 너무 비뚤어진 시각으로 본다고 항변하겠지만, 기본 취지나 의도와 상관없이 그 결과는 `구분짓기`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특히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개혁 주체세력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대상이 공무원 사회라는 점이다. 공무원 사회는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집단이다. 개개인의 능력보다 조직력이 요구되고 시스템이 강조된다. 공무원 사회는 소수정예의 힘에 의해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다수의 중지에 의해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않은 현실때문에 나타난 절묘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실패 가능성이 너무 높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싶지만 서두르다 보면 `밥상 엎지르기 십상`이라는 금언을 되새겨 `자신의 확신`을 다시 한번 의심해주길 바란다. <김형기(산업부 차장) kki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