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밤새 술을 마신 뒤 민간인과의 폭행 및 성추행 시비 논란에 휩싸여 6명이 집단 퇴교당했다.
육사는 지난 달 31일 오전 4시20분께 서울 상계동의 한 노래방 앞 계단에서 영국인 W(35ㆍ여ㆍ영어강사)씨와 C씨(태권도 사범) 등 민간인 4명과 시비를 벌인 3학년 생도 K(21)씨 등 6명을 1일 전원 퇴교시켰다고 밝혔다.
육사 생도들이 민간인과의 사고로 한두명이 퇴교당한 적은 있었으나 6명이 집단 퇴교조치 당한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조사 결과 K생도를 포함한 육사 3학년생 6명은 30일 오전 3주간의 특전교육단 공수훈련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한 뒤 외박을 나가 다음 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찾았으며, K생도가 술에 만취한 P생도를 부축해 계단 위로 올라가던 중 아래로 내려오던 민간인들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국인 W씨가 “한 생도가 가슴을 3~4초 정도 만지는 등 성추행 했다”고 진술, 생도의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P생도는 “계단을 오르던 중 누군가와 부딪쳐 계속 밀고 올라갔을 뿐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육사 헌병대측도 “W씨가 생도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을 뿐 아니라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알려와 6명을 퇴교시키는 수준에서 사건을 종결지었다”고 해명했다.
육사는 사관생도들의 높은 도덕성과 건전한 정신력 유지를 목적으로 재학 중 음주, 흡연, 결혼 등을 금지하는 `3금(禁)제도`를 실시, 이를 위반하는 생도는 퇴교 등 징계에 처하고 있다. 최근 음주사고로 육사에서 퇴교 당한 인원은 2001년도에 4명, 지난 해에 3명이었다.
<김정호기자, 강철원기자 azur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