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崔회장 소환 안팎] “파장 어디까지” 재계긴장

국내 재계 순위 3위의 SK그룹 오너에 대해 검찰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하면서 SK그룹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는 경제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 등에 따른 수사 조기 종결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최태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부당 내부거래의 첫 `배임죄` 적용이라는 점에서 SK는 물론이고 다른 재벌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배임` 혐의 내용=출자총액제한 부활 실시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자신의 워커힐호텔 주식(비상장) 325만주와 본인 지배(49% 지분)하의 SK C&C가 소유한 그룹 지주회사 격인 SK㈜ 주식 675만주를 맞교환해 700억~800억원의 부당이득을 봤다는 게 첫째 이유다. 검찰은 스와프거래 과정에서 SK C&C의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에 대해 SK측은 당시 주식 맞교환을 앞두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에 자문하고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유권해석을 의뢰, `상속세법 규정에 맞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검찰의 배임혐의 적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SK증권을 살리기 위해 JP모건과 이면계약을 지시하고 1,078억원의 옵션이행금을 SK글로벌 해외 현지법인들이 부담하도록 해 손실을 끼친 것에도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배임 액수를 모두 1,8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환조사 안팎=이날 오전10시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서울지검에 출두한 최 회장은 50여명의 취재진을 보고 얼굴이 붉게 상기됐으나 여유를 잃지는 않았다. 플래시 세례를 받던 최 회장은 “능력이 모자라서 이렇게 된 것 같다.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면 좀더 성숙한 인간으로 태어나 좋은 지배구조를 갖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7층 조사실 앞에서 `배임혐의를 인정하나`는 질문이 거듭되자 체념한 듯 “곧 알게 되겠지요.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겠지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김&장의 이민희 변호사와 함께 이인규 서울지검 형사9부장 방에 들러 10분간 녹차를 마신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 부장검사는 “최 회장은 `기업을 운영할 사람은 남아 있어야 하니까 부하들은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이미 구속을 각오한 느낌을 받았으며 젊은 사람이 보스 기질이 있고 리더십이 있더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점심과 저녁을 인근 식당에서 배달한 설렁탕 등을 먹으며 밤을 새며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석환 주임검사실에서 JP모건 이면계약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다가 오후부터 한동훈 검사실로 자리를 옮겨 주식맞교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최 회장은 세법 규정상 정당한 거래였다는 주장을 폈지만 검사들이 각종 문건을 들이대자 일부 사실은 시인하는 등 협조적이었다고 수사팀은 전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22일이 이인규 부장검사의 생일이어서 묘한 대조를 보였다. ◇수사 확대될까=검찰이 SK그룹에 대한 수사를 조기 종결하는 것에 비춰 일단 다른 재벌들에 대한 수사 여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가 “삼성 건은 (이번 사건과 비교해) 아무리 봐도 비상장주식 이외에 공통점은 없더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검찰로서는 검찰개혁에 대한 압력과 대북 송금 수사 유보에 따른 비판을 정면돌파하며 나름대로 위상제고 효과를 올렸다. 여기에 경제계가 `수사 확대시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우려를 집중 제기하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SK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중에 비자금 장부가 들어 있다는 추측이 사실일 경우 수사 확대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재벌개혁이 미진할 경우 검찰이 다른 재벌들을 향해 칼을 빼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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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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