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삼성발 자사주 매입 러시

주가 오른다는데… 주식 사볼까


올 시행 기업소득환류세제… 상장사 자사주 매입 부채질

올 순매입 지난해 2배

"큰 차익 거두기 위해선 장기 보유가 필수적"

해외로 눈 돌리려면 ETN 상품 활용 괜찮아


삼성전자가 최근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방침을 밝히면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만으로는 주가가 상승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에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부분 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밝힌 당일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가 1.30% 상승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해외 경쟁사들과 유사한 수준의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았다"며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배 수준에 불과해 저평가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 이외에도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연이어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2일 내년 1월22일까지 자사주 245만주(1,188억원)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주가는 전날 대비 2.30% 올랐다. 지난달 27일에는 삼성화재가 역대 최대 규모인 5,320억3,000만원 어치의 자사주를 내년 1월27일까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삼성화재의 주가는 28일 0.63% 오른 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생명 역시 지난 30일 자사주 650만주(7,085억원)을 내년 1월 29일까지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삼성그룹 외에도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들이 올 들어 잇달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상장사들은 매입한 자사주를 지배구조 개편이나 기업 인수·합병 등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산 승계율이 낮은 대기업 중 잉여 현금흐름이 많은 그룹들의 자사주 매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상장사들이 잇달아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자사주 매입이 한국 증시의 새로운 테마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정부가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기업들이 상속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서면서 그 어느 해 보다 자사주 매입이 활발하다.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정책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 간 기업소득의 80% 중 배당·투자·임금상승분 등을 제외한 금액에 10%의 법인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자사주를 취득해 1개월 내로 소각할 경우 배당으로 인정해준다. 배당을 꾸준히 하다가 상황에 따라 규모를 줄이거나 배당을 하지 않으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지만, 자사주 매입은 이러한 역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룹사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자산 승계율이 낮거나 잉여현금이 많은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잉여현금흐름 예상치 상위 기업들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차 등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승계율이 낮은 곳은 현대중공업, SK, 부영, CJ, 현대, 동국제강, 미래에셋 등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자사주 매입이 활발해지면서 지난 2010년 이후 호황을 보였다"며 "주식자산 승계율이 낮거나 잉여현금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면 이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이미 증명됐다. 애플의 대주주이자 액티비스트(행동주의 투자자)의 대표주자인 칼 아이칸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성장성이 정체될 것을 우려해 애플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애플은 칼 아이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애플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으며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자사주 매입에 170억달러 넘게 쏟아부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증시에서도 자사주 매입 효과가 뚜렷하다. 서울경제신문이 하나금융투자에 의뢰해 지난달 27일 기준 자사주를 매입한 코스피 기업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2010년 말 대비 84.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51포인트에서 2,044.65포인트로 소폭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성과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에 크게 기여하자 상장사들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의 자사주 순매입액은 최근 3년 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2,553억4,300만원이었던 자사주 순매입액은 지난해 8.6배(2조1,953억7,300만원)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10개월(10월 27일) 만에 자사수 순매입액이 4조3,869억3,9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장희종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 들어 자사주를 순매입하고 있는 유가증권 상장사가 20곳을 넘었다"며 "기업의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연말과 같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기업들이 상속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하거나 인수합병(M&A)에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의 실질적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며 "큰 차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아예 눈길을 해외로 돌리고 싶은 투자자라면 상장지수증권(ETN)을 활용할 만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월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미국의 100개 상장사에 투자하는 ETN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자사주 매입 지수(S&P Buyback Index)'를 기초지수로 활용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이 상품과 동일한 구조로 투자한 결과 1년 간 14.18%의 수익을 냈다.

미국의 기업들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한다. 꾸준히 배당을 해오던 기업이 특정 시점에 배당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이면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주지만, 자사주 매입은 이와 같은 부작용이 없고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금을 받았을 때보다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상장사 가운데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은 78%에서 40%로 하락했지만,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28%에서 43%로 증가했다. 지난 2007년 이후 자사주 매입에 따른 평균 수익률은 약 3%로 배당수익률(1.9%)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카드' 등 금융사… '전기'도 유력

■ 자사주 매입 동참 예상되는 삼성 계열사는

김창영 기자 kcy@sed.co.kr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전자가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자사주 매입 행진에 동참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삼성생명이 자사주를 매입키로 한 만큼 삼성카드 등 다른 금융계열사의 자사주 매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금융계열사의 자사주 매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생명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이후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금융 계열사 간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지분 교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사주를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계열사들 가운데는 삼성전기가 자사주 매입 후보로 꼽힌다. 지난 3·4분기 말 기준 삼성전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배당이나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자금을 활용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유동성 자산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면서 사내에 현금이 풍부한 삼성전기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올해 1월 말 200만주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삼성전기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도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추가 매입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1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인 뒤에도 3년 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주사의 사업회사 지분율이 높아지면 합병 과정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오너일가의 지주사 지분을 높일 수 있다"며 "인적 분할 전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삼성그룹 전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계열사의 상황을 감안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경우 삼성전자와 모바일로 쏠린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중화권으로의 거래 확대, 전장용 부품 사업 전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비축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 대신 기업 인수·합병(M&A)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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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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