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업계 첫 분기 배당 실시와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를 계기로 대형주들의 '주주환원 잔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이번 3·4분기 실적발표 때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 화끈한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주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테마가 될지도 주목된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는 전일 사상 첫 손실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주가는 5.85% 상승한 19만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전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업계 최초로 분기 배당제 도입을 발표했고 자사주 매입도 꾸준히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주주환원 정책 포문을 열면서 당장 22일 예정된 현대차·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기준 11% 수준인 배당성향을 단기적으로 15%로 올리고 중장기적으로는 25~3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8,591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에 추가적으로 배당확대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미리 배당확대를 공언할 수는 없지만 여건이 되는 한 점진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SK그룹 전체의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지주사인 SK 등 SK그룹 주요 3개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만 2조원을 넘는 상태다.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이달 초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놓은 만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당초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훼손된 그룹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7조8,653억원과 단기금융상품 38조8,584억원 등 현금 56조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당 및 자사주 매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은 176조원에 달한다.
이밖에 기업의 배당확대를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에 호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전력, 전통적인 배당주로 꼽히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아모레퍼시픽과 KT&G 등도 주목된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적이 증가한 만큼 배당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며 "대주주가 정부인 까닭에 정부 정책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3년과 2014년의 저조했던 기업이익을 비교해볼 때 올해 시장의 이익 수준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배당성향은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 시장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배당주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상·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