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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운 질적 도약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근본적 변화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합시다."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주요 해외 법인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 등 연구개발(R&D)·품질 등 관련 부문 주요 임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은 어느 때보다 위기감을 직설적으로 나타냈다.
정 회장은 전날에 이어 열린 지역별 점검회의에서 3시간여에 걸쳐 미국·유럽·중국·인도·러시아 등 주요 해외 법인장들로부터 직접 별도 보고를 받고 내년 생산·판매 전략 등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앞서 지난 14일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 사별로 하반기 해외 법인장 회의를 열어 점검한 올해 지역별 실적 및 주요 현안과 내년 생산·판매 전략을 정 회장에게 종합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에 정 회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분전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동시에 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올해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 신흥국 수요 급감 등 힘겨운 상황에서도 글로벌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중국 공장 기공 등 새로운 질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여러 경기 선행 지표들을 살펴볼 때 내년에도 자동차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안착과 친환경 전용차의 성공적 출시, 멕시코 공장의 안정적 가동 등을 통해 근본적 변화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내실을 다지면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고급차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인 EQ900(해외명 G90)과 G80을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론칭해 유수 고급 브랜드들과 경쟁을 벌여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내년 5월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멕시코 공장을 기반으로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또 내년 초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프로젝트명 AE)'을, 기아차는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니로(프로젝트명 DE)'와 K7 하이브리드,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지속 성장과 수익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고급차 및 친환경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며 "판매량을 늘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경영방향을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