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동국제강 브라질 제철소사업 삐걱

현지 인프라 구축 더뎌지며 고로 가동 반년 가량 연기

동국제강이 고로 제철소의 꿈을 안고 지난 10년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브라질제철소 사업이 삐걱대고 있다. 애초 올해 안에 고로를 가동하는 화입을 할 계획이었지만 브라질 현지 인프라 구축이 더뎌지면서 내년 2·4분기로 반년가량 연기됐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이 직접 만든 쇳물로 철강재를 만들어 원가경쟁력을 높이려던 전략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4일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 운영사인 CSP가 화입을 올해 말에서 내년 2·4분기로 미루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브라질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 등 대주단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CSP는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주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운영하기 위해 동국제강(지분율 30%)과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50%), 포스코(20%)가 합작한 회사로 모두 54억6,000만달러가 투자됐다. 지난 2012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0월 말 현재 공정률은 95.7%로 계획보다 3.7% 뒤처졌다.

브라질 제철소 공정이 늦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브라질 현지 인프라 건설 지연 때문이다. 브라질 주정부가 맡은 철광석 하역 시스템이나 원자재 운송 도로, 교량 건설 등이 계획보다 한참 못 미쳐 최소 3개월 이상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제철소 건설에만 집중한다면 올해 안에 화입이 가능했겠지만 인프라 없이는 제철소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주변 공사 진행상황과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기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는 브라질 제철소 사업이 지연된 큰 이유로 장세주 회장의 부재도 꼽고 있다. 현재 장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5월 구속 수감됐으며 오는 19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장 회장은 2001년부터 브라질 제철소 계획과 실행을 주도한 사람으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철소 건설 지원 등을 약속받는 등 현지 유력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브라질 현지 인프라 건설 진행 속도를 좌우하는 데는 정부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장 회장이 자리를 비우며 브라질 현지에서도 이 사업을 우선 추진할 이유를 잃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단위 공사를 수행할 때 현지 주요 결정권자와 긴밀한 네트워크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고로가 없어 국내외 철강사로부터 철강 반제품을 사와 가공해 판매한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철강 공급과잉으로 간신히 원가를 웃도는 수준에 거래될 경우 직접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동국제강이 이길 수 없다. 이에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 사업에 사활을 걸었지만 막판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최근 후판 사업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어 질적인 면에서 우수한 원자재를 조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CSP 가동을 서두르기보다는 조업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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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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