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첨단 전광판도 티본 스테이크처럼 황당 규제할 텐가

엊그제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한우 티본 스테이크'가 마침내 규제 대상에서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이 놀랐을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 먹던 티본 스테이크가 모두 수입산이었다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국산 한우에는 '티본'이라는 이름도 마음대로 붙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산 쇠고기는 정부에서 허용한 딱 10개 부위만 팔아야지 안심과 등심이 혼합된 제품은 시장에 내놓지도 못했던 셈이다.

이런 황당한 규제는 티본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은 디지털 사이니지 육성법안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전국 도심지를 첨단 디지털 전시물로 가득한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다며 내놓은 '디지털 사이니지 특별법'이 결국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사이니지는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통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광고판인데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가 서로 자신들의 영역이라며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기존의 옥외광고물법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첨단 디스플레이를 수십년 전의 낡은 법률로 꽁꽁 옭아매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모양과 규격·재료를 일일이 간섭하려 든다면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2018년이면 시장 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는 신성장 산업이다. 특히 한국은 삼성과 LG가 각각 세계 1, 3위에 오를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 미래산업을 키우고 낡은 규제를 없애기는커녕 부처 간 힘겨루기나 일삼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는 툭하면 규제개선회의를 연다지만 산업계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드론 같은 첨단산업일수록 정도가 더욱 심하기 마련이다. 부처마다 앞다퉈 숟가락을 놓으려 기를 쓰고 있는데다 관련법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맨날 뒷북만 치는 형국이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대 법안을 발의했어도 하나같이 산업계의 숨통을 조이는 것들만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마음 놓고 뛸 수 있도록 최소한 발목이라도 잡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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