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둘러싸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계기로 현재 4%인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규제를 50%로 완화하자는 것이다. 규제완화 폭이 큰 것도 부담스럽지만 한도를 9%에서 4%로 강화한 것이 이 정부 들어서인데, 이렇게 또 바꾸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하자는 대안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측은 산업자본이 은행에 영향을 미쳐 금융중개기능 수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은행의 발전을 위해서 독립된 지배구조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은산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완화를 지지하는 측은 기술발전을 금융에 접목시켜 대박상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술회사가 은행의 주인이 되면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으므로 은산분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주장의 간극은 좁혀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의 역할이 경제 내 자원배분에 있다고 본다면 이러한 의사결정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지 주인의 유무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전문성과 중립적 시각을 지닌 금융인이 은행의 경영을 맡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취약점 중 하나가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인데, 은산결합으로 이런 상황을 은행으로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실물기업은 위험추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및 공급한다. 반면 금융은 자금을 중개하고 위험을 관리한다. 그리고 양자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은산결합으로 실물기업이 은행의 주인이 되면 자신의 위험추구를 위해 은행을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비용 발생이 우려되는 것이다.
첫째, 은산결합은 예금 등 금융자원이 실물기업의 위험추구 행위에 사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 자금지원을 꺼리는 등 대출의 공정성 담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즉 은행이 실물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둘째, 은산결합은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킨다. 가상의 예로 어떤 기술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었다고 하자. 이 기술회사는 만약 스스로의 기술개발과 고객의 기술개발 지원 간 상충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술회사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은행으로서 고객의 손을 들어준다면 비난은 면하겠지만 스스로 기술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은데, 바로 은산결합의 폐해다.
셋째, 시스템리스크를 확대한다. 은산결합은 은행과 기업의 동시파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대기업 비중이 큰 한국경제에 심각한 시스템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대마불사 위험의 통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은산결합을 추구한다는 것은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것이다.
결국 은산분리를 유지하면서 실물기업은 원하는 대로 위험을 추구하게 하고 은행은 이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 게 각자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상책이며 국가 시스템리스크 관리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혹자는 금융감독으로 이런 문제를 예방ㆍ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국내 금융감독 역량이 이에 못 미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 도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부분은 현재 은행의 인터넷뱅킹 업무일 것이다. 계좌관리, 지급결제, 자산관리 등 현재도 대체로 잘 하고 있는 분야에서 서비스 개선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지만 은행 간 과당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에서 10%대 중금리 대출시장 출현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이 시장이 오랫동안 부재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용절감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은행의 서비스 개선 및 관련 시장 경쟁 활성화 등 이득이 예상되나 투입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은산분리를 허무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큰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은산분리를 유지하면서 도입방법을 찾는 게 타당할 것이다. 예컨대 기술회사는 기술을 제공하고 은행은 금융을 제공하는 식으로 자산 부문에서 제휴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