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당국, 은행권 호봉제에 메스

"직무급 비중 늘리고 성과-실적 연동 임금체계 만들어야"


금융당국이 호봉제 중심의 경직된 금융권 임금체계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금융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고임금 비판에 직면한 금융권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이미 임금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을 주제로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YWCA 대강당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내 은행들이 총이익이 감소하더라도 업무경비가 탄력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비용 효율성을 재고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금융연 주최로 이뤄졌지만 최근 금융권 임금체계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2005년 18.4%에서 2014년 4.05%까지 하락했지만 이익경비율(판매관리비/총이익*100)은 지난해 말 기준 55%로 2010년 이후 줄곧 오름세다. 모든 은행들이 성과평가를 하고는 있으나 영업점 단위 등 집단 평가에 높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개인 성과 측정에는 어려움이 있고 집단에 묻어가는 '무임승차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금융연의 지적이다.

서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우선 은행 안에서 직무급(직무에 따라 급여율을 결정하는 임금 형태)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임금의 경직성을 축소하고 실질적인 근속기간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은행의 완충력을 강화하기 위해 성과 연봉이 전체 실적에 따라 일정 부분 연동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고령자·저성과자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과 직무급에 대한 직원들의 부정적인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변동의 예측 가능성 약화, 경기변동 주기의 단축, 국지적 금융위기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금융산업의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금융산업에서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 전체 산업(60.2%)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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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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