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세계 최대 규모인 1GWh 규모의 대용량전기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는 이미 전 세계에 설치된 전력망용 ESS 용량을 뛰어넘는 규모로 LG화학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는 ESS 분야에서 1위를 굳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주실적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에너지스토리지와 1GWh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10만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스마트폰으로 치면 약 9,000만대 이상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LG화학은 이번 계약 한 건으로 전 세계에 설치됐거나 현재 설치 예정인 전력망용 ESS(리튬이온 배터리)를 다 합친 규모(917㎿h)를 뛰어넘는 수주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은 "ESS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인 기가와트급 수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배터리 업체도 해내지 못했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수주금액은 회사 측에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최소 3,000억원, 최대 6,000억원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LG화학이 ESS사업을 시작한 후 누적 수주량은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에 계약한 배터리는 AES가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구축하는 전력망용 ESS 프로젝트 중 일부 사업에 투입되는 물량으로 AES로부터 앞으로 수GWh 이상의 추가 수주도 가능한 상황이다.
LG화학이 글로벌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이번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을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주파수 조정, 신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 등 ESS용 배터리 세부사양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2013년 충북 오창공장에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용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전기차용 셀 생산라인을 쓰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전 세계 ESS 구축실적과 배터리 경쟁력에서 각각 세계 1위로 평가되고 있는 AES와 LG화학이 손을 잡았다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ESS 분야에서 수주 물꼬를 튼 LG화학은 이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가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로 평가한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서 2013년과 20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ESS 시장은 자동차용 배터리에 비해 아직 규모가 작지만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으로 꼽힌다. 파리 기후협약 이후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적인 ESS 시설 역시 수요증가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IHS에 따르면 내년 태양광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20% 증가한 7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15조 6,000억원 규모로 8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혜진·이종혁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