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노조는 사회적 책임 다하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최근 청년실업률이 1999년 7월(11.5%)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5 FT 글로벌 500' 중 한국 기업은 4개라 발표했다. 2009년 9개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주된 이유가 기업의 조직이 노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노동자의 8%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의 일자리가 과보호되다 보니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약화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을 극복해보려 노사정이 지난 2년 동안 논의를 해 9월15일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구조개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조개혁의 과실을 맛보기는 당분간 힘들 것 같다. 여당이 노사정 합의에 기초해 발의한 5대 노동개혁법안을 야당과 노동계가 '反노동자 親기업 법'이라 강하게 반대해 이번 정기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12월 임시국회가 열렸다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이번 노동개혁안의 핵심은 통상임금 근로시간 등을 명확히 하는 것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간제 파견제 규제를 완화하고 실업급여와 산업재해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노사가 양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기업 경쟁력을 높여보자는 내용이다. 개혁 수준도 최근 유럽 선진국들이 추진한 노동개혁에 비해 상당히 낮다.

영국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법을 9월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노조가 파업하려면 재적근로자 과반수가 투표해야 하고 공공 분야는 재적근로자의 40%가 찬성하도록 했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대체근로를 허용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기업이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근로시간 등을 조정할 수 있는 협약서 기한을 5년으로 연장했다. 기간제 근로자를 2회까지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정리해고 이유가 되는 '경제적 어려움'의 범위를 확대했고 정규직 신규근로자에 대해서는 3년간 해고에 대한 규제를 유예했다.

일본은 2003년에 제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파견근로를 3년간 허용했으며 올 9월에는 이러한 3년의 사용기간 제한마저 폐지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노사 간 협력, 정리해고비용, 고용 및 해고관행, 임금 결정의 유연성 등을 평가해서 발표하는 '2015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에서 영국은 6위, 일본 18위, 프랑스 65위로 한국의 80위보다 높다. 우리보다 노동시장이 효율적인 국가가 추가로 추진하는 노동개혁보다 낮은 수준의 노동개혁조차 우리는 양대 노총의 반대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니 임금피크제 도입 등과 같이 개별사업장에서 이뤄지는 노사관계 상황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내년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서 청년을 덜 뽑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는 매우 더디다. 뉴스를 보니 내년도 정년 60세 시행을 한 달 앞두고 313개의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절약한 인건비로 내년에 4,441명을 더 뽑겠다고 한다. 반면 대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실적은 부진하다. 양대 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자산상위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8곳 중 62%인 235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또한 30대 그룹 중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전면 실시하는 그룹은 11개 그룹뿐이다.

지난달 16일 1만명의 청년이 국회에 '청년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바라는 서명'을 전달했다.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이 우리 정치권, 기업, 노조가 무엇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이정표라 생각된다. 정부·정치권·경영계·시민 모두가 나서서 '노조에 국민의 기대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해야 할 때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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