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금리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초저금리의 여파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신흥국 가계·기업부채가 새로운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 기업의 부채 규모기 2배로 늘어난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상 때는 주가ㆍ채권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는 10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 1ㆍ4분기 현재 전 세계 부채는 240조달러로 2009년 이후 50조달러 늘었다고 밝혔다. 18개 신흥국의 부채 규모는 같은 기간 28조달러나 급증하면서 거의 2배인 58조6,000억달러로 치솟았다. 이들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150%에서 195%로 올랐다. 미국·유럽 등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홍수처럼 밀려갔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의 가계ㆍ기업부채는 위험 수위에 달한 상태다. 전 세계 가계의 빚은 44조달러로 2007년 이후 7조7,000억달러 늘었으며 신흥국이 6조2,000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인 1인당 부채는 3,000달러였다. 한국은 무려 3만달러로 신흥국 가운데 성인 빚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한국 등 일부 신흥국의 경우 금리 인상시 주택 가격 하락과 가계파산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IIF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아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주택 부문도 경기둔화, 금리 인상, 집값 하락 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퍼펙트스톰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또 연준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부채의 늪'에 빠진 신흥국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흥국 비금융기업 채무는 23조7,000억달러로 GDP의 89%에 이르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선진국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을 넘어섰다. 지난 5년간 증가한 부채는 13조달러로 이전 10년간 증가분의 5배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일본 등의 양적완화 지속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일촉즉발인 신흥시장의 신용경색 위기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까다로워진 대출심사 때문에 빚을 얻기도 어려워진 가운데 달러화 강세로 외채상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저금리의 부메랑'을 맞을 위기에 처하기는 미 우량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올 9월 부채 규모는 3조5,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이전의 2배로 늘었다. 이들 기업은 올 들어서만도 8,00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때문에 조달금리는 2009년 6% 정도에서 최근 4%로 하락했지만 부채총액이 늘면서 이자 부담은 40%나 급증했다. 세전ㆍ이자지급 전 이익(EBITA) 대비 순부채 비율도 1.8배로 10년래 최고치에 달했다.
더구나 연준이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달러 강세로 기업 실적이 둔화되고 회사채 투자 열기도 꺾이면서 시장금리 상승에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시장 동요와 성장 약화를 초래하면서 증시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가 경제 칼럼니스트인 어윈 켈너도 마켓워치 기명 칼럼에서 "미 증시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언할 상황은 아니지만 6년간 이어진 오랜 파티는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