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31년간 처자식 버린 남편 "이혼 청구 못해"

원심 확정… 유책주의 판결 눈길

대법원이 31년간 부인과 별거하며 양육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은 남편이 청구한 이혼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깨졌어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 측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른바 '유책주의'에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남편 L(70)씨가 아내 J(67)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남편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종가의 종손인 L씨는 결혼 전 교제하던 여성이 자녀를 출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의 반대로 연인과 헤어진 후 지난 1970년대 초 J씨와 결혼했다. 결혼 초부터 L씨의 잦은 외박과 음주·외도로 둘의 결혼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으며 결국 L씨는 결혼 10년 만에 집을 나갔다. 당시 두 사람 사이에는 세 자녀가 있었지만 L씨는 아내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았다. L씨는 별거 10년 째부터는 결혼 전 연인과 동거하며 부부처럼 살았다. 아내인 J씨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부모를 봉양하고 2007년까지 시증조부 제사와 시조부모 제사 등을 지냈다.

1심은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약 30년 동안의 별거 등으로 이미 실체가 해소됐고 아내 J씨도 그 같은 상태를 용인하면서 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원심은 이와 달리 "혼인이 파탄에 이른 주 책임은 결혼 초부터 외박과 외도를 하면서 가정에 소홀하다 결국 집을 나가 아내와 자녀를 악의적으로 유기하고 결혼 전 연인과 동거를 한 L씨에게 있다"며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이혼을 불허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이혼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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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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