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귀하지 않은 생명이 있으랴

끊이지 않는 전쟁… 인종차별… 만류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오만


고대 인도에 한 성자가 있었다. 성자가 깊은 삼매에 들어 수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성자의 품에 안겼다. 성자의 품에 들어온 비둘기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지 바들바들 떨었다. 이때 매 한 마리가 날아와 성자에게 말했다.

"성자님, 그대 품에 있는 비둘기를 내놓으십시오."

성자가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젓자 매는 성자에게 간절한 투로 다시 말했다.

"성자님, 저는 며칠을 굶었습니다. 저 비둘기를 잡아먹지 않으면 저는 굶어 죽습니다."

"나는 수행하는 출가자요. 감히 생명이 죽는 것을 뻔히 알면서 내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군요. 당신이 비둘기를 지키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나는 굶어 죽어야 합니다."

수행자는 어떻게 해야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매가 성자에게 먼저 말했다.

"그러면 성자님, 성자님께서 비둘기 무게만큼의 살코기를 떼어주십시오."

"살코기라면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는 얻을 수 없으니 내 몸의 일부를 떼어주겠습니다."

성자는 저울 한쪽에 비둘기를 올려놓고 한쪽 저울에 자신의 허벅지 일부를 잘라 올렸다. 그 정도면 충분히 비둘기 무게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비둘기가 더 무거웠다. 성자는 할 수 없이 다른 쪽 허벅지를 잘라 올렸는데 이번에도 허벅지 살이 비둘기 무게보다 가벼웠다. 성자는 자신의 다른 부위 살을 잘라 올렸는데도 비둘기가 훨씬 무거웠다. 할 수 없이 성자는 자신이 직접 저울에 올라갔다. 그제서야 자신의 몸무게와 비둘기 무게가 똑같았다. 성자에게 감동한 매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 내용은 생명 차원에서는 인간이나 비둘기 모두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은 만류의 영장이라고 하며 동물이나 조류 위에 군림한다. 이는 인간의 오만이다. 이 세상은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다. 수많은 동물과 조류·식물까지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근자에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어느 나라는 내전으로 하루도 맘 편히 살지 못하고 조국을 떠나 세계 각국을 떠도는 난민이 많다.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 무슨 생명의 존엄이 있겠는가. 또 종교 전쟁으로 여기저기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죽는다. 미국은 총기 사고로 수 명이 함께 죽고 인종차별로 권총 한 방에 유명을 달리하는 흑인도 많다. 인간의 생명이 이리도 가벼웠던가.

알베르트 슈바이처(1875∼1965) 박사가 생명에 대한 외경을 외쳤듯이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타인이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으며 내가 있기 때문에 타인도 존재하는 법이다. 또한 이 세상의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과 인간은 공존한다. 자연계 각계각층의 존재가 그들 나름대로 삶의 의미를 부여받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보다 하열한 존재라고 학대하고 함부로 살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같은 인간을 함부로 살상해서야 되겠는가.

내 생명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생명도 소중한 법이다. 꿈틀대는 지렁이, 애벌레조차 살기를 원하지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믿는 신만이 예배를 받고 존중받을 대상이 아니라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 바로 이럴 때 평화로울 것이요, 행복한 세상이 열릴 것이다.

/정운스님· 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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