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하이트진로 '참이슬' 동남아 소주 한류 이끈다

방콕 삼센 대형마트 가보니









하이트진로 태국
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매크로마트 삼센점에서 현지 주민이 '참이슬'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지난 5일(현지시각) 오후 태국 방콕 중심가 삼센에 위치한 대형마트 매크로마트 삼센점. 평일인 탓에 매장 안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주류매장은 글로벌 주류업체의 각축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 100여종에 달하는 주류 브랜드가 빼곡히 들어선 주류매장에 다가서자 한글 상표가 선명한 '참이슬' 소주가 눈에 들어왔다. 판매대에 진열할 수 있는 제품은 어림잡아 30병으로 보였지만 진열된 제품은 절반에 불과했다.

대학생 팟사라곤 찌라티왓씨는 "올초까지만 해도 소주는 시내 주점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 대형마트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태국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입소문을 타고 젊은 세대에서 인기가 많아 저녁에 오면 제품이 없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을 앞세워 동남아 주류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류 열풍으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K푸드의 인기를 주력 제품인 소주와 연계해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1968년 베트남에 소주를 수출하며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브랜드의 공고한 위상과 글로벌 주류업체의 공세에 가로막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단일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이지만 수많은 개발도상국 중 하나에 불과했던 한국 소주는 좀처럼 현지인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올들어 참이슬은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까지만 해도 하이트진로의 태국 소주 판매량은 2만5,700상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만700상자로 늘었고 올해는 40% 증가한 3만6,000상자에 이를 전망이다. 주요 산업 중 주류업계의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성적표다. 태국 수출 4년 만에 현지주류업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태국 시장에서 한국 소주가 부상한 것은 현지 유통업체와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하이트진로의 차별화된 마케팅 덕분이다. 하이트진로는 싱(Shinha) 맥주를 제조하는 태국 최대 맥주업체 분럿그룹과 현지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참이슬 클래식' '참이슬 후레쉬' '진로24'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칵테일용 증류주를 선호하는 태국인의 취향을 고려해 국내 판매용과 도수를 달리하고 젊은 세대를 겨냥해 마케팅 활동을 다양화한 전략이 적중한 것.

하이트진로가 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동남아 주요 국가 중 가장 트렌드에 민감하고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어서 동남아 한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성공을 거두면 자연스레 인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등의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현지인의 주류 습관을 면밀히 분석해 전략 제품을 시의적절하게 선보인 게 주효했다"며 "연말에는 4인조 태국 걸그룹 '진로걸그룹'을 현지에 데뷔시키는 등 태국을 발판으로 동남아를 본격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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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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