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조(兆) 단위 적자가 예상되는 현대중공업이 계열사 전 사장단의 급여 반납과 신규 시설투자 최소화 등 비상경영에 나선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지난 21일 긴급 사장단회의에 이어 23일 전 임원회의를 열고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 긴축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정주영 창업자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 것에 대해 창업자의 뜻을 계승하지 못한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사 간부들부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위기극복에 전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직원 급여 반납 △사내외 행사·연수 중단 △투자 최소화 등 긴축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우선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최대 50%를 반납한다. 특히 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 계열사는 부서장까지도 급여의 10%를 내놓는다. 1년 전 권오갑 사장이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히며 지금까지 무보수로 일해왔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급여 반납이 모든 사장은 물론 일반 직원까지로 확대된 셈이다.
당장 중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사내외 행사와 각종 연수프로그램도 흑자를 달성할 때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시설투자는 축소하거나 보류하고 임원들 스스로 의지를 다지기 위해 6시간 이내 출장은 회장과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이번 긴축경영체제는 조선관련 계열사뿐만 아니라 현대오일뱅크 등 실적이 양호한 계열사들도 동참한다. 최길선 회장은 "'2016년 흑자달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현대중공업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과 고객·주주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이 전 사장단 급여 반납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그간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한 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후 올 초 과장급과 고참급 여직원 등 1,5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40대를 주축으로 임원진을 재구성하는 등 잇단 인적 쇄신에 나섰다. 또 플랜트사업본부와 해양사업본부를 통합했으며 풍력 기어박스를 생산하는 독일 야케법인과 건설장비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커민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현대아반시스, 중국 내 건설장비를 담당하는 타이안법인과 베이징법인 등에 대한 청산작업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조조정과 부실법인 정리를 진행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자동차 주식을 매각하고 현대상선 주식으로 교환사채 발행 등 보유지분으로 유동성도 확충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노력을 바탕삼아 지난달 26일 실적발표 당시 "저가 수주 물량이 점차 해소되면서 공정이 안정화됐고 해양부문도 인식할 수 있는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며 "전기전자와 엔진 등 타 사업분야에서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어 4·4분기는 실적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인 27일 노르웨이 프레드올센에너지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7,000억원 규모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을 취소하면서 현대중공업은 3·4분기 영업적자를 기존 6,784억원에서 8,977억원으로 수정해야만 했다. 이로써 올해 누적 적자가 1조2,610억원에 달해 2년 연속 조 단위 대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