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중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판매하는 방안을 두고 렌터카·택시 업계 및 LPG 업계가 정부와 의견충돌을 빚고 있다. 'LPG차=장애인용 또는 렌터카·택시용'이라는 기존 공식을 깨려는 업계의 시도에 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행하던 LPG차를 해외로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던 렌터카·택시 업계는 정부의 논리에 근거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LPG 업계도 이대로 가다가는 고사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LPG 사용 제한 완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심의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에 정부가 반대 의견을 밝혀 심의가 보류된 것이다. 산업위는 4일 재차 이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산업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개정안에는 사용한 지 5년이 지난 LPG 택시·렌터카를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LPG 차량은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렌터카·택시사업자만 구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렌터카·택시 회사는 차령(車齡)이나 주행거리 제한에 따라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는 LPG차를 국내에서 팔기 어려웠다. 울며 겨자 먹기로 휘발유차로 개조한 뒤 수출하는데 100만~150만원가량의 개조비용 때문에 마진이 턱없이 작다. 주행거리 20만~40만㎞인 중고 LPG차의 경우 국내에서 400만원 정도에 팔 수 있지만 휘발유차로 개조해 수출하면 마진이 50만원에 불과하다.
반대표를 던진 산업부의 논리는 두 가지다. 5년이 지난 LPG 차량을 일반에 판매하는 것은 안전성과 환경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이유다.
이 같은 정부 논리를 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검사에 합격한 택시와 렌터카는 9~10년까지도 주행할 수 있다"며 "산업부 논리대로라면 5년이 지난 택시·렌터카는 아예 운행도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정부는 앞서 2011년 주행 5년이 지난 장애인용 LPG 차량을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소폭 완화하기도 있다.
배출가스의 경우 LPG차가 휘발유차나 경유차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환경부의 배출가스 등급조사 결과 LPG가 1.91로 가장 친환경적이었으며 휘발유와 경유 차량은 각각 2.46과 2.84를 기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안정성과 환경 문제로 LPG차의 일반인 판매에 반대하는 것은 명분일 뿐 실제 이유는 세수감소"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LPG차 사용규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왔다. 당시 LPG 공급이 불안정해 휘발유·경유 등에는 없는 제한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30년도 더 지난 지금은 국내에서도 LPG를 생산하는데다 대규모 수입이 가능해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한국LPG협회와 대한LPG협회 등이 6월 정부에 규제 완화 또는 폐지를 건의했다.
LPG 업계는 서민경제와 에너지 안보 등 큰 그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LPG 업계 관계자는 "LPG는 대표적인 서민 연료인데다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라도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LPG는 차량용 외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난방용 에너지 등으로 쓰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전체 1차 에너지원 사용량에서 LPG의 적정 비중을 4%대로 제시했지만 실제 LPG 사용 비중은 3.5%(2013년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