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월급 대신 우유… 낙농 대책 원점서 재검토하라

서울우유가 지난 3개월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월급의 일부를 우유와 유제품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같은 행위는 임금은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가 짙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급과잉과 소비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에 시달린 끝에 나온 궁여지책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우유가 이런 무리수까지 둔 배경에는 수요·공급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우유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정해진다. 이를 어기면 왜곡이 생긴다. 우유 소비는 갈수록 줄고 분유 재고는 쌓여만 가는데 우윳값은 2013년 이후 ℓ당 2,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줄어드는 수요 쪽은 고려하지 않고 공급 쪽의 생산비 부담만 생각해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 탓이 크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소비량 대신 전년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 등 공급요인만을 고려해 유업체가 생산농가로부터 받는 원유 가격과 양을 정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원유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니 우유 가격이 내려가지 못하고 이 영향으로 우유 소비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똑같은 일이 1790년대 프랑스에서도 있었다. 프랑스 혁명 때의 공포정치가인 로베스피에르는 우유파동의 주범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당시 많이 오른 우윳값을 절반으로 내리게 했다. 그의 명령에 정작 내려간 것은 소고깃값이요 우윳값은 오히려 뛰었다. 우윳값을 절반으로 내리면서 손해를 보게 된 농민들이 우유를 짜는 대신 젖소를 잡아 고기로 팔았기 때문이다. 소고기 공급이 늘면서 소고깃값은 내려가고 우유 공급이 줄면서 우윳값은 오른 것이다.

지금 유업체 경영자들은 외국산 원료보다 훨씬 비싼 국산 원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쓰며 배임죄에 걸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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