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국회 여야정협의체가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해 총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비준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무역이득공유제와 관련해 '준(準)조세'라는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징수 방식만 명목적으로 '자발적'이라고 바꿨을 뿐 사실상 변종 무역이득공유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312만 농어민 표를 의식해 전례 없는 관행을 만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관행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때는 또 얼마나 지원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마디로 무능한 여당에 교활한 야당"이라며 "19대 국회는(포퓰리즘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국회에서 여야정협의체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한중 FTA 비준동의안 후속 이행대책을 발표했다.
협의체는 FTA로 효과를 누린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거둬 FTA로 피해를 본 농어업 등 다른 산업에 피해보전을 해주는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자발적인 상생협력·지원사업기금을 조성한다는 변칙을 선택했다. 민간기업·공기업·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조성하고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역이득공유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기술적·법리적으로도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협의체는 또 농가 피해보전직불제를 현행 90%에서 내년부터 95%로 인상하고 농어민정책자금 가운데 시설자금에 대한 고정대출 금리를 2.5%에서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밭농업 고정직불금 가운데 한미 FTA 대상 26개 품목이 아닌 기타작물에 대한 직불금은 현재 ㏊당 25만원에서 내년부터 40만원으로 대폭 인상된다.
한편 한중 FTA 비준동의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됐다. 이로써 지난 6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식 서명한 뒤 약 6개월 만에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마무리됐다. 비준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데 따라 한중 양국의 남은 행정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고 한중 FTA도 연내 공식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박형윤기자 man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