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불이익 제공 등 혐의로 아모레퍼시픽과 이 회사 이 모(52) 전 상무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아울러 이 전 상무에 앞서 방문판매부장 업무를 맡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또 다른 이 모씨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했다. 이 전 상무와 또 다른 이 씨는 퇴직 후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취급하는 특약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2013년 사이 설화수 등 아모레퍼시픽 고급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방판특약점 총 187곳에서 방문판매원 3,686명을 다른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 영업소로 재배정했다. 우수 방문판매원을 대상으로 기존 점포주와의 계약을 종료시키고 새 점포와 신규 계약을 맺도록 하는 수법이었다. 판매원은 엄연히 방판 특약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점포주와 계약을 맺고 영업하나 아모레퍼시픽이 부당하게 계약 과정에 개입,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이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회사가 지위를 이용해 독립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방판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해당 점포의 뜻과 달리 다른 영업소로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우수 인력을 빼내 간 신규 특약점의 69.1%가 아모레퍼시픽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차린 곳이었다. 기존 점포에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퇴직자들이 차린 특약점에는 우수 판매원을 몰아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내에서 ‘(점찍어 놓은) 판매원은 절대로 다른 특약점에서 선정하지 못하도록 한다’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등 업무 지침을 세운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특약점 판매원 빼내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업상 ‘갑’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적이 부진한 특약점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이 거래를 종료할 권한이 가지고 있어 특약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부당한 요구에도 판매원을 내주는 등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사태를 지켜봐야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른바 ‘세분화 전략’ 아래 2차례 이상 방문판매원을 빼낸 점포가 70여 개에 이르고, 5차례나 인력을 뺏긴 점포도 있었다”며 “경영전략이라는 핑계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인력을 뺏긴 점포에 대한 인원 보강이나 손실 보전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숙련된 방문판매원을 뺏긴 187개 점포의 1년 매출 하락 추산액은 중소기업청 산정 기준으로 726억 원가량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