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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에게 지난해와 올해는 '극과 극'이었다. 지난해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창사 37년 만에 첫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총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등 흉흉한 소식만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의 합작 공장 가동 등 다시 성장하는 기업 특유의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반전의 동력은 그동안 이어져온 위기 경영이다. 비핵심자산 매각 등 꾸준한 사업 재편이 올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내년에는 '공세 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정철길(사진) 사장은 최근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기업을 두루 알아보고 있다"며 인수합병(M&A)을 예고했다. 4ㆍ4분기에 접어들면서 전국 사업장을 돌아본 정 사장은 "올해 체력을 기른 만큼 내년에는 M&A를 통한 핵심사업 강화와 수익구조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사업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뛸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페루 가스수송 법인 지분을 매각해 2억5,100만달러(약 2,78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회사인 SK에너지의 포항물류센터, 일본 다이요오일 지분 등 다른 비핵심자산도 잇따라 매각했다. 7월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사빅과의 합작사에 기술과 공장 자산 등을 넘기고 약 5,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18.5%에서 지난 3ㆍ4분기 87.6%로 낮아졌다.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7조8,542억원에서 4조3,397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말까지 목표로 한 부채 비율 100% 이하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저유가, 유가 급변동 속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을 목표로 부채 비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도 개선됐다. 무디스 등 굵직한 평가기관들이 모두 올렸다. 이는 자금 조달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드는 실질적인 효과로도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앞으로 자원개발(E&P), 배터리 분야의 M&A를 단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오클라호마·텍사스의 셰일 광구를 인수한 데 이어 "북미 기반의 자원 개발 전문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왔다. 배터리의 경우 차세대 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M&A가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은 3년 내로 글로벌 30위권의 에너지 기업을 성장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