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햄·소시지


지금도 그렇지만 예로부터 햄과 소시지는 최고의 반찬이자 간식거리였다. 누군가 점심시간에 햄 반찬을 꺼내놓으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순식간에 동이 났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노릇노릇 기름에 튀겨진 고소한 맛과 특유의 향은 아이들의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요즘에는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휴대가 간편한 소시지가 어른들의 건강 간식으로 뜨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부대찌개도 과거 미군 부대에서 쏟아져 나오던 햄이나 소시지를 집어넣어 만든 것이라니 우리네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셈이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저장식품을 즐겨 먹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햄과 소시지이다. 원래 햄은 돼지 엉덩이 살이 붙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인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원정군의 휴대용 식량이나 잔치음식으로 햄을 먹었다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고기 요리다. 라틴어로 '소금에 절였다'는 뜻의 소시지도 바빌로니아에서 기원전 1,500년부터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228년에 나온 가장 오래된 요리책에도 소시지가 등장한다.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용맹하게 싸워서 적을 물리치고 돌아온 용사들만이 오늘 만찬에서 가장 잘 구워진 소시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니 당시만 해도 아주 귀한 대접을 받던 음식이었을 듯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을 발암 위험성이 높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붉은 고기도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 파문을 낳고 있다. 가공육은 유통기한을 늘리거나 맛을 내기 위해 보존제 등을 넣는데 이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베이컨·핫도그 등 일상에서 즐겨 먹는 것들이 폭넓게 들어 있다 보니 당장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는 아우성이 나올 법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채식주의자로 돌변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적당한 양만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가지도록 해야 할 듯싶다. 이래저래 피곤한 세상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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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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