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환경오염 차량 도로 활개 지켜봐야할 판

폭스바겐 12만대 리콜한다지만… 구매자 거부땐 강제수단 없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차량 12만대에 대한 리콜(결함시정) 방침을 밝혔지만 차량 구매자들이 리콜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어 환경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 차량이 질소산화물을 내뿜고 다녀도 사실상 이를 막을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차량 소유자가 리콜을 거부하면 강제리콜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사실상 소비자들이 '선의'에 의해 리콜에 응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관측은 회의적이다.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차량 브레이크나 기어 등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면 소비자들이 적극 나서겠지만 이번처럼 소비자들 입장에서 이익은 없고 불편만 야기하는 리콜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설령 폭스바겐그룹이 연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리콜이 성가신 일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도 이미 판매된 차량에는 이 기준이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도로 주행시의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2017년 9월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미 시판된 차량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 경유차(디젤차) 정기검사 항목에 질소산화물 기준을 새로 추가하더라도 역시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홍동곤 환경부 대기환경과장은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도 당시 법률에 어긋나지 않게 차량을 정당하게 구매한 소비자에게 차량 정비 등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2005년 이전에 나온 대형 경유차들 가운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차량이 많은데 이들 차량을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9월부터 유로5 기준을 충족하는 경유차 소유자에게 연간 9만원가량의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면제해줘 가며 이들 차량의 구입을 장려한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기는 힘들다"며 "환경개선부담금은 제조업체가 아닌 소비자가 내는 것으로 돼 있어 소비자 반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비자들이 리콜을 거부할 경우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도 현재로서는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오염에 대한 국가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일하게 방안으로 거론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리콜을 거부할 경우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만큼 이번처럼 고의로 일으킨 범죄를 바로잡는 리콜은 기술적 실수에 의한 리콜과는 달리 다뤄져야 한다"며 "문제를 일으킨 제조사를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과 벌칙 조항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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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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