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세청 중복조사 관행에 제동 걸릴듯

현대중공업 7년 끈 1000억대 법인세 소송서 사실상 승소

현대중공업이 7년이나 끌어온 1,000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1·2심은 모두 현대중공업 패소 판정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부당한 세무조사에 의한 과세였다며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번 판결은 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부당한 세무조사 범위를 더 확대 해석한 것으로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현대중공업이 동울산세무서를 상대로 "지난 2006년 부과한 법인세 1,006억원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2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확정판결이 나야 알 수 있지만 대법원이 원고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사실상 현대중공업이 승소한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했다.

소송의 발단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우주항공에 1,6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해준 1999~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중공업은 재정난에 시달리던 현대우주항공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이후 현대우주항공이 부도를 내자 투자금액을 손실 처리했다. 국세청은 2006년 세무조사를 거쳐 이런 과정을 부당한 조세 회피로 보고 1,000억원대 법인세를 부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반발해 2009년 소송을 냈다. 1·2심에서는 '유상증자와 손실처리 과정이 정당했느냐'가 쟁점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인세를 부과한 근거가 된 2006년 세무조사가 정당했느냐가 주요 쟁점이 됐다.

국세기본법은 특정 연도의 특정 세금 항목을 한 번 조사했으면 확실한 탈세 혐의가 없으면 재조사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세무조사로 기업의 경영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하자는 게 법 취지다.

하지만 국세청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2006년 세무조사 이전인 2001년 이미 '2000년도 법인세'의 일부 문제를 적발해 세금을 부과했다. 2001년 1차 조사한 세금 항목을 2006년 중복 조사한 셈이다.

이에 2심 재판부는 "1차 조사 당시 국세청은 조사대상을 1996~1998년도 법인세로 통보했고 다만 이 연도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부분적으로 2000년도 법인세를 조사한 것"이며 "1차 조사 때는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와 관련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차 조사 당시 실질적으로 2000년도 법인세 조사가 이뤄졌다면 중복조사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차 조사 때 현대우주항공과 관련한 부분이 제외돼 있었다고 해도 2006년 법인세 부과처분은 위법한 재조사에 기초해 이뤄졌기 때문에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최근 세무조사의 적법 범위를 엄격히 보는 판결을 잇따라 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세무당국의 무분별한 중복조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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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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