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위스 총선에서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운 보수우파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VP)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으로의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선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스위스 총선에 대한 공영방송 SRF의 출구조사 결과 SVP는 전체 하원 의석 200석 가운데 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기존의 54석에서 11석 늘어난 것으로 단일 정당이 확보한 의석으로는 스위스 역사상 100년 만에 최대 규모다. SVP의 지지율도 지난 2011년 총선의 26.6%에서 29.4%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SVP와 함께 스위스에서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자유민주당의 의석도 기존 30석에서 33석으로 늘어나 두 정당의 의석 수 합이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98석이 될 것이라는 게 출구조사 결과다. 반면 좌파정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각각 43석과 11석으로 전보다 의석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이번 총선 결과 스위스 의회의 성향이 좌파에서 우파로 변화했다며 난민 사태에 대한 스위스 국민들의 우려가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토니 브루너 SVP 대표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연설에서 "국민들이 유럽으로 대규모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우려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정치 전문가들도 유럽 난민 사태에 대한 우려가 스위스 총선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대의 파스칼 시아리니 정치학 교수는 "SVP는 선거운동조차 필요 없었다"며 "난민 위기가 그들을 대신해 선거운동을 해줬다"고 밝혔다. SVP는 그동안 스위스에 들어오는 이민자 수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난민 사태 해결책으로 내년 터키와 요르단·레바논 등 유럽 외부의 난민 캠프에서 난민 20만명을 수용해 회원국에 할당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FT는 EU가 난민을 외부에서 직접 수용한다면 난민들이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내에 이미 들어온 경우보다 국가별 재배분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