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파이낸셜 포커스] 윤종규 KB금융 회장, 흑역사 지주 사장직 부활 왜

인사권 외풍 차단·내부 출신간 행장직 경쟁 노림수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 취임 기자간담회(141125)

2인자 불구 회장과 역할 중복… 은행장과 서열 관계도 불분명

신한·하나금융 등 깊은 상처… KB금융은 회장·행장 겸직 체제

효율적 운용에 필요한 자리 분석… "이례적으로 성공 가능성" 전망도


국내 금융지주에서 지주 사장 자리의 끝은 좋았던 적이 없다. 지주 내 2인자라지만 회장과는 역할이 중복되고 지주 계열사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쥔 은행장과도 서열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한마디로 애매한 자리다. 강력한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에서는 이 때문에 지주 회장과 사장, 사장과 은행장 등의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이러다 보니 금융계 전체적으로 '옥상옥'에 불과한 지주 사장직제에 대한 회의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올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 후 하나금융이 전임 은행장들을 위해 지주 사장이 아닌 부회장 자리를 둘이나 신설한 것 역시 지주 사장직제에 대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회의적인 시각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사진) KB금융 회장이 최근 지주사 사장 자리를 부활시켜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 사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금융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KB 사태'를 통해 상층부 권력 다툼의 폐해를 누구보다 절감했던 윤 회장의 선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KB가 과연 흑역사로 점철된 지주 사장의 오명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KB금융에 대한 종합검사를 통해 KB 사태 이후 KB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낱낱이 뜯어본다는 방침이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지주 회장과 사장이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0년 있었던 '신한 사태'다.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충돌은 탄탄한 신한금융 지배구조에 회복하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

당시 신한 사태는 결국 지주 회장과 사장·은행장의 동반 사퇴로 마무리됐고 아직까지 여진이 남아 있을 정도로 신한금융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하나금융 역시 지주 사장은 외로운 자리였다. 지난 2012년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은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이 늦어지자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사실상 '희생양'이 된 셈이다. 김 전 사장은 하나금융의 2인자이자 김승유 전 회장의 강력한 후계자로 거론돼왔지만 강성 이미지로 비쳐진 탓에 금융계를 떠나야 했다.

KB금융의 경우 'KB 사태'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이었지만 이전에도 지주 상층부의 물밑 권력다툼은 치열했다.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전 회장(어 회장 집권시 지주 사장)의 관계도 냉랭했다. 어 전 회장이 ING생명 인수를 두고 사외이사들과 갈등할 때 임 전 회장은 사외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랬기 때문일까. 지주 2인자라는 설움의 시기를 거쳐 회장에 오른 임 전 회장은 은행장까지 배제하고 지주 내 권력을 독식하면서 결국 KB 사태를 불러왔다.

물론 이 같은 지주 사장의 흑역사와 현재 KB의 상황이 명확히 다른 만큼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KB는 현재 지주 회장과 행장이 겸직 체제인 만큼 지주 사장은 옥상옥이라기보다는 KB 비은행계열사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자리라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중론이다.

특히 윤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KB 인사권을 위협하는 외풍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는 명분도 얻게 됐다. 이와 더불어 금융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차기 국민은행장 선임을 앞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김 사장 선임으로 윤 회장은 행장 후보군을 다양화하면서 KB 내부 출신들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효과를 얻게 됐다"며 "말 많고 탈 많은 지주 사장직이 지금의 KB에서라면 이례적으로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 내정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식 취임 전인 만큼 KB금융지주 사장으로서 내 역할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seoulb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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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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