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 철강사들 "일본이 부러워요"

日 고품질 자국산 선호 뚜렷






철강



"일본 철강시장은 철저히 자국산 위주로 돌아가 아무리 값싼 중국산이 들어와도 팔리지 않습니다. 우리만 속절없이 당할 뿐이죠."(국내 철강업계 관계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업체에 시장을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일본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철강재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중국이 한국 등 주변국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확대하면서 각국 철강 시장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일본 철강업계는 중간 유통을 맡은 상사 중심의 폐쇄적인 거래구조 덕분에 한발 비켜서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수입 철강재의 국내 철강시장 점유율이 39.2%까지 올라 중국산 저가 제품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는 "일본이 부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철강재는 운반비용이 많이 들어 수출할 경우 거리가 가까울수록 이익이 크다. 중국이 철강재를 팔기에는 한국과 일본이 가장 좋지만 유독 일본은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철강시장은 △국산 소재 우선 사용 △폐쇄적인 거래 구조 △고가·고품질 선호 등의 경향이 뚜렷해 저가의 중국산이 비집고 갈 틈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설업의 경우 발주처가 처음부터 일본 제품명을 요구할 정도로 국산품을 선호하고 조선업도 일본 해운사가 일본조선소에 발주하면 일본산 후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일본 내 철강 유통의 70% 가량을 장악한 종합상사가 철강사와 수요처 간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수입재를 배제하는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산은 일본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품질의 철강재를 적정 가격에 사고파는 구조도 한 몫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시장은 상사와 중소 유통업체, 개인 도매상 등 다양한 거래 경로가 있고 저가품 구매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 중이어서 중국산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를 한 채를 지을 때 중국산 철근을 써 아끼는 돈은 고작 60만원 가량인데도 이 차이 때문에 중국산이 팔린다"며 "건축물 안전이나 한국 철강업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국산 양질의 철강재가 제대로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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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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