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자동차세, 비정상의 정상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언했을 때 꽤 괜찮은 국정 어젠다라고 생각했다. 오랜 기간 누적돼온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만들겠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부정부패와 부조리·불법·편법 등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수백 가지가 넘는 과제를 설정하고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자동차와 관련해서도 비정상적인 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업무용 차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과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 보유세 문제가 대표적이다. 회사 돈으로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고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무늬만 회사차'가 많다는 서울경제신문의 문제 제기 이후 본격적인 공론화가 이뤄져 엊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업무용 차량의 비용 처리를 제한하는 법안 개정안을 조세소위원회에 상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무용 차량에 대한 비용 처리 상한선을 두게 되면 법인차를 이용해 사실상 탈세를 하는 편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현행 자동차세도 비정상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차량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다 보니 싼 차를 모는 사람이 비싼 차를 소유한 사람보다 자동차세를 더 내는 '조세 역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세를 배기량이 아니라 가격에 따라 차등화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됐는데 칼로 무 자르듯 간단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가격에 따라 자동차세를 물게 되면 중저가 차량이 다수인 국내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들 여지가 높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차에 불리한 세제는 통상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다. 고가 차량을 타는 소비자들의 조세 저항도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물리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이나 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우리처럼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엔진 출력과 차령(車齡)에 따라 과세하고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은 차체 중량이나 연비를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매긴다. 차종에 따라 과세 기준을 달리하면서 대기오염 배출 기준도 함께 도입한 독일처럼 선진국들은 친환경차에 유리한 자동차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세를 개편하는 문제에는 세수 증대나 조세 형평성 확보 차원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성장과 발전도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폭스바겐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세 역시 대기오염을 줄이고 친환경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왕 50년 이상 해묵은 자동차세를 개정하려 한다면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국산차와 수입차 회사, 전문가와 소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조세 형평성 확보와 환경 보호,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했으면 한다.

성행경 산업부 차장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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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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