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의 자회사와 인천시가 벌이고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세 소송이 새로운 증거의 등장으로 새 국면으로 옮아갔다. 인천시가 “애초 만들지도 않은 사업부를 이용해 세금 감면 요건을 충족시켰다”며 OCI 자회사가 작성한 비밀 문서(Strictly Confidential) 중 일부를 확보해 법원에 제시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고등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OCI 자회사 DCRE와 인천시·연수구·남구 사이의 지방세 부과 취소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인천시 측은 DCRE가 2008년 5월 OCI에서 분할돼 나올 당시의 회사 구조를 스스로 정리한 DCRE 조직도를 공개했다. 이 조직도에 따르면 DCRE는 대표이사 산하에 화학사업본부 만을 두고 있으며 그 아래로는 인천공장업무팀과 관리팀을 두고 있을 뿐 ‘도시개발’과 관련한 업무나 조직은 없다.
도시개발사업 부문의 존재 여부는 소송의 핵심 쟁점인 세금 감면 요건을 채웠는지와 직결된다. 세법상 사업부를 분할할 때 △분할 사업부가 독립된 사업부이고, △자산과 부채가 포괄적으로 넘어가며 △넘겨받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새 회사 사업에 사용하면 ‘적격분할’로 인정돼 세금을 감면받는다.
OCI와 DCRE도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며 약 1,711억 원의 지방세를 감면받았다. 당시 OCI는 화학제품 사업과 함께 도시개발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DCRE를 설립한다며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내부 조직도 상에서는 DCRE에 도시개발 사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독립된 사업분할’이 아니라는 것이 인천시 주장이다. 시 측은 “이는 DCRE가 작성한 극비문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직도는 그동안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DCRE측은 “‘스트릭트리 컨피덴셜(Strictly Confidential)’이라는 문구는 기업에서 흔히 쓰는 표현인데, 이를 극비문서라고 주장하며 마치 부정한 사실을 감추려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더욱이 해당 조직도는 문서 전체에서 일부만 떼 낸 것으로, 다른 부분에는 ‘도시개발 사업을 분할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다”고 반박했다.
DCRE 측은 이와 함께 다른 조직도를 제시했다. DCRE가 제시한 조직도는 인천시가 제시한 것과 흡사하지만 대표이사 산하에 단독으로 있던 화학사업본부라는 표현이 없고, 대신 관리팀 내에 ‘도시개발’이라고 표기돼 있다. DCRE가 도시개발 업무를 다룬다는 내용이 있는 셈이다. 인천시 측은 이를 두고 “DCRE가 제시한 문서는 극비문서라는 표현이 없고 폰트도 다르다”고 지적했고 DCRE 측은 “문서를 위조했단 말이냐”고 맞받았다.
하나의 회사를 두고 두 개의 조직도가 등장한 데 대해 재판부가 문서의 출처를 묻자 인천시 측은 “OCI가 국세청에 제출했던 자료를 입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OCI는 2008년 5월 DCRE를 분할하며 세금을 감면받았지만 인천시 등이 재조사를 하면서 2012년 총 1,700여 억 원의 지방세를 부과받았다. 이후 조세심판원에서는 시 측이, 인천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는 DCRE가 사실상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12월 9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고법에서는 동일한 사안으로 OCI와 국세청 간 3,900억원 규모의 국세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