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스캔들로 기록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은 왜 벌어졌을까. 이번 포럼에 참석한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이를 두고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등) 환경규제를 충족시켜야 하지만 기술 수준이 따라가지 못했다"며 "이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하면서 빚어진 사기극이 폭스바겐 사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도가 우리 에너지 산업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원장은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 얘기가 나오면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산업의 연구개발(R&D), 이산화탄소포집기술(CCS) 등을 많이 말하는데 현실을 봐야 한다"며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하면 훗날 기후변화판 폭스바겐 스캔들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러면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원장은 '가격'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데 결국은 우리가 가진 소비양식과 생산양식, 그리고 가격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바뀌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원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관리정책은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에너지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한국전력 중심의 독점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한 기업을 독점하고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에너지) 신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겠냐"며 "한 번에 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중심을 잡고 에너지 가격에 환경비용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가격체계를 바꾸고 독점적 시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