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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 3년간 취업제한… 금융업계 활동 사실상 불가능

[IB&Deal] 국민연금 CIO '잔혹사'


# 연기금·공제회의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역임한 경력 탓에 이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후임 인선 '하마평'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던 A씨. 그러나 주변의 전폭적인 지원 의사에도 불구하고 A씨는 공모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심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운용을 총괄한다는 보람은 크겠지만 임기 이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분들의 퇴임 이후를 살펴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기금운용본부장 임기 만료 이후 관련 업계 취업 제한 3년이 걸려 있는 탓에 금융권에서 활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자본시장 대통령' '500조원의 사나이' 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퇴임 후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CIO 최대 임기 3년(기본 2년+연임 1년) 동안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대통령의 지위를 누릴 수 있으나 퇴임 이후에는 고위공직자의 금융사·기업 등 관련 업계 취업을 3년 동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에 막혀 CIO 경험을 살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전직 국민연금 CIO는 "취업 제한 규정 탓에 퇴임 이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교수뿐"이라며 "취업 제한 규정이 풀려 시장에 이른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한들 CIO 당시 구축한 국내외 투자 네트워크가 취업 금지 기간에 이미 희석돼 민간 금융사로 옮길 기회가 많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지난 1999년 11월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6대 CIO를 거쳤지만 퇴임 이후 CIO 재직 당시의 전문성을 살려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은 전무하다. 5대 CIO를 역임하고 2013년 10월 퇴임한 이찬우 전 본부장은 현재 국민대 경영학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10월 취업 제한 규정이 풀렸으나 금융권으로부터 별도의 자리 제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 CIO(2008년 8월~2010년 10월)를 지낸 김선정 전 본부장 역시 취업 제한이 풀린 2012년 말 국내 바이오 기업인 유니모씨엔씨(현 미래아이앤지) 이사로 취임했으나 이 역시 국민연금에서의 자금 운용 경험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분야이다. 3대 CIO(2005년 11월~2008년 4월)인 오성근 전 본부장 역시 퇴임 이후 별다른 금융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취업 제한의 '칼날'이 국민연금 CIO에게까지 들이닥친 200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 이전에 2대 CIO를 지낸 조국준 전 본부장만이 퇴임 직후 대한생명보험 부사장,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국민연금에서 자금운용을 총괄한 경험을 살린 바 있다.

연기금의 한 고위관계자는 "CIO 임명 이전 20년 가까이 민간에서 금융 전문성을 확보하고 세계 3대 연기금을 총괄하며 운용 감각과 폭넓은 투자 네트워크를 갖춘 이른바 특수 인력에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잣대의 취업 제한 규정을 들이미는 것은 국가적 자산 낭비나 다름없다"며 "전관예우나 유착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들의 전문 역량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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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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