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격랑의 자동차시장 현대차 해외기지를 가다] <4> 최대 격전지 중국

'올뉴 투싼' 브랜드파워로 승부… 中 저가공세 뿌리치고 성장가도

베이징 순의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차 2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출고를 앞둔 '올뉴 투싼'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김현수특파원

소비패턴·시장변화 점검 통해 위기 극복 '정상궤도'

베이징 2공장 풀가동 등 현대차 판매 3개월째 늘어

구매세 인하 끝나는 내년 하반기가 재도약 가늠자


중국 베이징 동5환에 위치한 리즈 둥웬 자동차거리. 현대차를 비롯해 BMW·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밀집돼 있다. 고객에게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지만 딜러들에게는 죽음의 시장이다. 최근 찾은 베이징현대차의 성홍두 매장은 이른 오전 시간인데도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로 부산했다. '올뉴 투싼'을 꼼꼼히 살펴보던 순웨이(26)·쑨멍(24) 부부는 두 번째 차로 다시 현대차를 선택했다고 한다. 순씨는 "타고 있는 베르나에 크게 만족해 다시 현대차를 살 생각"이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 가격 대비 성능은 현대차가 가장 낫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중국의 경기둔화와 치고 올라오는 토종 브랜드들의 도전에 잠깐 주춤했지만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8.2% 늘어난 10만69대를 팔았다. 지난 7월 5만4,160대로 바닥을 찍은 뒤 8월부터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자가 찾은 베이징 순의구 2공장의 생산라인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2교대로 주간 10시간, 야간 11시간 공장이 가동되는데다 주말에는 특근까지 실시하고 있었다. 시간당 생산대수(UPH)가 68대로 풀가동 수준까지 올라갔고 공장 내 도로에는 단종된 구형 투싼 모델이 각 지방단체의 이름을 붙이고 대기하고 있다. 권혁동 베이징현대차 판매본부장(전무)은 "외부환경 요인으로 4~5개월 동안 숨죽이며 중국 고객의 소비패턴과 시장 변화 등을 점검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복마전 품은 중국 자동차시장=베이징현대차 임원실에는 '황허자이부제동(黃河在不結凍ㆍ황하는 얼지 않는다)'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황하가 흐르듯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지만 현대차 임원들은 더 이상 밀리면 황허에 몸을 던질 각오로 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1~9월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밝힌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는 72만4,643대로 토종 브랜드인 창안자동차(84만1,729대)에 6위로 밀렸다. 하지만 이 수치는 창안차가 생산한 이른바 '빵차'로 불리는 미형객차(3만~5만위안의 초저가 차량으로 승용차로 구분되지 않음) 판매량(28만1,806대)이 포함돼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 미형객차를 제외할 경우 9월 누적으로 현대차는 여전히 4위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미형객차를 제외하고도 창안차과 함께 창청자동차가 각각 50만대 이상의 생산량으로 7~8위를 기록하며 뒤를 바짝 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내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V 부문에서 토종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55%까지 올렸다. '자동차의 샤오미'로 불리는 창청차의 SUV '하발 H6'는 이 기간 3만528대가 판매되며 단일모델 판매 4위에 올랐다. 글로벌 합작 브랜드에 눌려 있던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값싼 SUV'라는 복마전을 품고 경쟁에 뛰어들어 시장이 혼탁한 상황이다.

◇현대차, 품질경영서 브랜드경영으로 전환해 맞불=토종 브랜드에 맞선 베이징현대차의 미래 경영전략은 브랜드파워다. 글로벌 자동차구매 조사업체인 NCBS에 따르면 중국 시장 내 베이징현대차의 재구매율은 25%다. 일본 닛산 등을 비롯한 경쟁 브랜드에 비해 5%포인트 높은 수준이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는 아직 낮다. 권 본부장은 "초기 속도로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봤다면 지금은 기술, 앞으로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기술력에서는 분명한 승기를 잡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터보차저(출력과 토크를 높여주는 엔진 보조장치) 기술을 앞세워 승용차 C세그먼트(1,600㏄ 이하) 시장은 물론 SUV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올뉴 투싼의 경우 1.6터보엔진 모델이 판매의 95%를 넘는다. 현대차는 이런 추세를 이어 이달 중 소형 SUV인 'ix25 1.6T'를 출시하고 내년 3월에는 'LF쏘나타' 터보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익성 좋은 모델의 판매가 느는 것도 현대차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고 있다. 2,000㏄급인 D세그먼트 판매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SUV 판매도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 여기다 지역별로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서부 지역의 판매가 급증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진정한 승부는 내년 하반기부터=9~10월 중국 자동차시장 회복세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내년 춘제(설 연휴)를 앞둔 선구매가 발생하는 성수기 효과와 함께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한 자동차구매세 인하 효과다. 하지만 딜러들은 구매세 인하가 내년 말까지인 만큼 내년 하반기에 효과가 집중되며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람을 일으킨 토종 브랜드 품질력도 내년 하반기부터 검증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년 하반기가 현대차의 중국 시장 재도약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점이다.

창저우 4공장과 충칭 5공장도 현대차에는 도전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폭스바겐·GM 등 글로벌 합작사들의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이 현대차가 연산 200만대 체제를 갖추는 오는 2018년인 만큼 점유율 확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류쉬에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부원장은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은 변화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가격과 생산량이 아닌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통한 수익성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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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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