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이 방중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 일화다. 손 대표가 한국의 축구 스타 박지성이 사인한 축구공을 선물하자 시 부주석은 이렇게 화답했다.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유치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내 세 가지 소원이다." 시 주석의 축구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짐작할 만하다.
축구 얘기만 나오면 시 주석은 자신을 '추미(球迷·축구광)'라고 소개하고 집무실에 축구공을 직접 차는 사진을 걸어놓았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중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 서는 꿈을 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지대한 관심의 영향인지 지금 중국 축구 열기는 유럽 지역에 못지않다. 쿵후의 본산인 소림사가 인근 100만평 부지에 '글로벌 축구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지원·육성 의지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엄지 척'이다. 초중등학교 필수과목에 축구를 넣고 2만여개의 '축구 특색학교'를 세워 유소년 선수 10만명을 키우기로 했다. 올 2월에는 축구개혁 종합방안까지 내놓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과 체육강국의 꿈은 상통한다"는 축구굴기 선언과 함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차이나판 축구굴기가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까지 손을 뻗쳤다. 중국 투자회사 CMC와 시틱(CItic)캐피털이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맨시티의 모기업 시티풋볼그룹(CFG) 지분 13%를 4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외신 보도다. 맨시티는 TV 개그 프로그램에 언급된 '만수르', 즉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족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주여서 그런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차이나머니의 유럽 축구 공습은 올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AT마드리드·에스파뇰, 체코 명문구단 슬라비아 프라하에 중국자본이 들어갔다. 자국 선수의 해외 진출을 돕고 선진 유소년 시스템을 활용해 유망주를 육성하려는 우회전술이다. 언제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내 중국 축구가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하고 시 주석의 소원이 이뤄질려나.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