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고 내연녀 남편에게 시비를 걸다 출동한 경찰을 살해한 남성에게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1심에서는 피의자가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감형 요소로 봤지만 2심부터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모(37)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2015년 9월 15일자 33면 참조
윤씨는 내연관계였던 한 유부녀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2014년 7월 소주 2병을 마신채 자신의 차를 운전해 L씨의 집앞으로 갔다. 내연녀 부부를 만난 윤씨는 내연녀의 남편과 시비를 벌이다 내연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도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의 뺨을 밀치고 욕설을 퍼붓던 L씨는 경찰의 음주측정에 앙심을 품고 인근 마트에서 과도 3개를 사와 서류작업을 위해 현장에 남아있던 한 경찰을 뒤에서 내리찔렀다. 윤씨는 이후 또 다른 경찰을 쫓아다니며 살해하려다 경찰이 쏜 실탄을 허벅지에 맞고 실패했다. 칼에 맞은 경찰은 결국 숨졌다.
1심은 “살인 및 살인미수 행위를 통한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은 관용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범행당시 심신미약에 있었다는 점, △알콜의존증이 있는 윤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흥분해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범행이 아니라는 점,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나이가 젊은 점 등을 들어 35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같은 35년형을 내렸지만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과도한 음주와 알코올 의존 증후군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윤씨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범행으로 나아간 것일 뿐 당시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씨와 검찰은 2심 판결 후 모두 상고 했다. 윤 씨는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을 인정해주고 양형을 줄여달라”며,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벼우니 올려달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법리오해가 없다“며 양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