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뱅카 1년… '찻잔 속 태풍'으로 사그라드나

가입자 88만·송금액 132억 그쳐… NFC 이용 땐 공인인증서 필수


지난해 11월 카카오가 시중은행들과 손잡고 내놓은 뱅크월렛카카오(이하 뱅카)는 금융권 핀테크(Fin-thech) 열풍의 중심에 있었다. 카카오가 시중은행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국내 금융 산업 자체가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급진적 분석까지 나왔다.

뱅카가 출시된 지 이제 만 1년,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뱅카 가입자는 88만명에 불과하며 누적송금액은 132억원, 누적결제액은 27억원 수준이다. 핀테크 시장 주도권은 여전히 대형 금융사들이 쥐고 있으며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또 다른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오히려 '삼성페이'를 앞세운 삼성전자나 '네이버페이'를 보유한 네이버가 핀테크 부문에서 더욱 회자되는 모습이다. 국내 금융 시장의 큰 기대 속에 탄생한 뱅카는 왜 '찻잔 속의 태풍'이 돼버렸을까.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및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은 뱅카의 실패 원인으로 주도적 사업자 부재와 불편한 이용자환경(UI)을 꼽고 있다.

카카오와 시중은행은 뱅카와 관련해 별도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큰 그림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사실상 없다. 은행 측은 마케팅 비용 대부분을 은행이 부담하고 있다며 불만이고 카카오는 은행별 이해관계가 다양해 이를 제대로 조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뱅카의 UI를 개선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계속 넓혀나가는 등의 장기적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가 앞으로 경쟁 금융사로 변신할 수 있어 시중은행들의 '뱅카 이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뱅카는 시중은행들이 하는 기존 서비스에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얹은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며 "2009년 은행들이 모바일 뱅킹과 관련한 공동플랫폼 개발을 추진했지만 결국 각 은행이 별도 개발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처럼 뱅카 또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뱅카가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점도 실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뱅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내려받아야 하고 기존 은행 서비스와 앱을 연동시켜야 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뱅카에서 제공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가입시 공인인증서가 필수다. 은행 계좌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돈을 보낼 수 있는 장점 또한 송금 받은 이가 관련 앱을 별도로 내려받아야 돈을 인출할 수 있어 번거롭다.

송금액 한도 또한 지나치게 낮다. 전자금융거래법 13조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권면 최고한도는 200만원으로 한다'고 규정해놓았지만 뱅카의 경우 하루 송금 가능액은 최대 50만원에 불과하다. 1건당 송금액도 10만원이 최대다. 시중은행들은 하루 송금 한도를 200만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디다.

이와 관련해 송금 건별로 100원을 수수료로 받겠다는 방침도 무기한 연기 중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대부분의 주거래 고객에게 무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뱅카가 앞세운 간편송금은 기존 모바일뱅킹에서도 해왔던데다 눈에 띄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기 힘들다"며 "실질 이용자 수가 정체된 상황에서 기존 은행들도 뱅카에 예전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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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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