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예술대학에 바란다-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예술계 대학의 존폐위기감이 수년째 고조되고 있다. 학과나 전공의 통폐합, 퇴임교수의 후임 충원 폐지 같은 말이 들리기도 하고 순수예술 대신 이른바 실용음악 등으로 학과전환을 추진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불리한 구조조정의 잣대에다 점차 줄어드는 진학수요에 고민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예술대가 양성할 인재의 사회적 역할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거의 모든 예술대의 교육과정은 닮아 있고 그 내용은 우수한 연주자나 작가 같은 예술생산자로서의 예술가 배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유통구조와 맞물리는 예술의 소비가 몇몇 스타에 의해 독점되는 현실에서 정점의 소수가 되기 위해 경주하는 학생들의 삶은 불안하고, 졸업 후 이름난 예술가가 되지 못한 다수 학생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른 직업을 가지기에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문화산업이 우리 사회에 이미 상당히 존재하고 예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인재가 필요할 터인데도 예술대의 졸업장이 취업에 유용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예술가 아닌 예술 관련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학을 위해서뿐 아니라 전문화된 인재가 필요한 사회를 위해서도 궁리해볼 일이다.

예술교육의 현장 또한 예술대의 변화를 원한다. 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 가는 것에 비해 교육의 전문화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럴듯한 인쇄물과 설치물로 포장하는 교육현장의 '기획력(?)'은 늘어가지만 예술활동이 지닌 몰입의 즐거움을 제대로 경험하게끔 집중을 유도하며 예술체험을 심화 안내하는 전문교육강사는 부족하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예술교육 시장에는 예술에 '다소' 소질 있는 사업자나 교육보다 일자리에 관심 있는 과거의 예술가지망생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이른바 기획자와 그에게 고용된 무명예술가의 조합이 만드는 교육은 자신의 예술세계가 지닌 매력을 다른 이에게도 알려주고 싶고 그래서 오랜 궁리 끝에 소통 가능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진정한 '티칭 아티스트'의 교육과 다르다.

특정 장르의 구체적 생산과정과 교육과정, 즐거움의 가치를 충분히 체득하는 것이 예술교육자에게는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자질이고 그것을 나누려는 소망과 방법의 탐구가 더불어 필요하다. 이 점에서 나는 예술가교육의 전문성을 닦아온 예술대들이 일반인을 위한 예술교육, 예술애호가교육의 가치를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확장되는 우리 예술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그리고 상아탑의 비판적 고립을 깨고 지역 사회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대학의 위상을 위해 예술가적 소양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예술교육가의 양성을 예술대에 부탁하고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