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 "대기업 집단 내 숨은 부실기업 솎아내라"

당국, 은행에 여신강화 주문… 재무평가 개별기업 세분화


은행의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방식이 계열 전체에서 개별기업으로 세분화된다. 대기업 계열 내에 잠재된 부실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대기업그룹에 대한 세부 신용평가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칼날이 일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을 겨누면서 기업 구조조정 규모가 한층 커지고 경제 전반에 대한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장들을 불러 이 같은 내용의 기업 여신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충당금 적립, 여신심사 강화 등 원론적 대책을 넘어 대기업을 겨냥해 본격적으로 털어낼 기업들을 솎아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우선 채권은행들에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방식을 세분화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채권은행들은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을 한 덩어리로 보고 재무건전성, 현금 흐름 등을 파악해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다. 계열 소속 일부 자회사가 부실하더라도 주채무계열 전반의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으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에 대해 부실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채무계열 개별기업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통상적으로 점검하는 부채비율이나 신용공여액 추이, 현금흐름뿐 아니라 매출액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비율 등 수익성 지표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주채무계열 소속 대기업집단 기업 중 이미 부실화가 진행됐거나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들을 솎아내겠다는 복안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채권은행들에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 소속 개별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강화를 주문했다"면서 "그동안 주채무계열이라는 이유로 채권단의 구조조정이 미진했는데 앞으로는 이들 집단에 소속된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면밀하게 살필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 4월 선정된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은 삼성과 LG·SK 등을 포함해 41곳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주채무계열 소속 개별 기업으로 현미경을 들이댄 데 따라 이들 대기업집단의 자회사 중 상당수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도 대폭 강화된다. 우선 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이들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상반기에 진행했던 신용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성적 요인을 추가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상반기 신용평가 B등급 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이들 기업 중 추가로 신용등급 조정 사유가 발생했거나 거래선의 전망 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있는 기업들을 솎아낸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당국은 특히 개별 기업 평가 시 은행들이 직접 현장점검을 하도록 주문했다. 모뉴엘 사태 이후 강화된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제도를 제대로 이행해달라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대기업집단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경기회복세가 지연된 데 따라 상당수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부실화하는 것에 비해 이들 대기업 소속 기업이 갑자기 무너지면 계열사는 물론 금융권으로까지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말 238조7,000억원을 기록했던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지난해 말 303조원까지 급등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높은 강도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도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조민규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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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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