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김승열의 Golf&Law] <42> 공무원과 골프접대

상사 지시로 골프 접대 받은 공무원, 업무 관련성 있다면 청렴의무 위반

법원 "정직 처분 합당" 엄격한 판결

일부 공무원 골프백에 가명 적어 씁쓸

의도적 기망 눈감아주는 풍토 바뀌어야

공무원에 대한 접대골프는 항상 논란이 돼왔다. 최근 다소 엄격한 하급심의 판결이 나와 화제다.

상사의 지시에 의해 방송관계자의 골프 모임에 동행한 공무원이 당일 골프비용을 방송관계자가 지불했다는 이유로 정직 등의 처분을 받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안에서 해당 공무원은 상사의 지시에 의해 골프 모임에 동행했고 골프비용은 그 다음날 송금했으므로 이 징계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공무원이 방송 관련 총괄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잠재적인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면서 골프접대를 받은 것은 공무원의 청렴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사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항변에 대해서는 당시 상사는 직속 상사가 아니었고 궁극적인 결정은 해당 공무원 자신이 내린 것이며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행동강령 책임관과 상담하는 등의 방법을 취했어야 했다고 봤다.

비록 골프비용이 다소 적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접대를 받으면 공무원의 청렴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번 판시가 다소 엄격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공무원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대의명분에서는 수긍이 간다 하겠다.

다만 이 판결은 우리나라의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도 독특한 현상을 새롭게 상기시켜줘 씁쓸하다. 일부 공무원은 골프백의 이름표에 가명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의 공복이 골프장에서 가명을 쓰는 건 우리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는 공무원도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공무원의 정직함과 용기에 경외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풍토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은 국민의 대리인인 공무원이 위임인인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개성과 투명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정직함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런 행태에 대해 부담감마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진다. 어쩌면 골프접대를 받는 행위보다도 의도적인 기망 행위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리고 그런 행위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사회풍토 역시 문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새 성장동력으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깊은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는 전환점에 있다. 잘못된 마음가짐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부당한 골프접대의 문제보다도 오히려 공무원으로서 기본적인 마음 자세에 대한 뼈아픈 자기 성찰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 리걸센터 대표·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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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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