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펀드와 리츠를 구분하는 이유는 뭔가요?"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질문을 들었을 때 기자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 2001년에 도입된 리츠와 2004년부터 도입된 부동산 펀드는 동일한 취지로 시작됐다.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을 활성화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굳이 둘을 구분하자면 담당 부처가 다르다는 것. 리츠는 국토교통부, 부동산펀드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펀드와 리츠는 다르다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사건이 있었다.
금융위와 한국리츠협회가 서로 불리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부딪혔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달 부동산 펀드 규제를 리츠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자산의 70%까지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펀드에 대해 100%까지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츠협회는 "부동산 펀드가 리츠에 비해 규제가 심하다는 지적은 시장과 동떨어진 시각"이라며 "주식회사형 펀드에 대해서도 100%까지 부동산 투자를 허용할 경우 리츠가 부동산펀드에 종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츠가 부동산 펀드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내세웠던 주식회사형이 특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뒤늦게 도입된 부동산펀드에 대한 리츠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국토부와 금융위가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 금융위는 "리츠만 하라는 법 있느냐"고 말한다. 반면 국토부는 "충분히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갈등은 소모적인 논쟁이다. 정작 중요한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시장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츠와 부동산펀드 시장은 95% 이상이 사모 시장이다. 도입 취지와 달리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거의 없다. 지금은 양 업계가 서로 규제가 심하다고 싸우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공모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다.
/부동산부=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