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속도내는 기업 구조조정] 금융당국 '부실기업 솎아내기' 시동

기업대출 건전성 등급 재조정



금융당국이 숨어 있는 부실기업 솎아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행별로 제각각이 기업 여신의 건전성 등급을 전면 재조정하고 올해 말 전체 금융회사에 대한 결산검사시 충당금 적립의 적정성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이 최근 시중은행장들에게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의 후속 조치로 금감원이 본격적으로 은행의 부실 여신 현황을 깐깐하게 보고 옥석을 가리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좀비기업 솎아내기를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전체 시중은행의 여신 건전성 분류를 전수조사한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다른 은행에 비해 후한 등급을 매긴 은행에 대해 여신 건전성 분류를 재조정하라고 주문할 방침이다.

여신 건전성 분류는 은행이 기업의 대출 연체기간, 경영내용, 재무상태, 미래의 현금흐름을 토대로 해당 여신의 등급을 매긴 지표다. 회수 가능성에 따라 각각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하고 은행은 이를 토대로 여신규모의 0.5%(정상)에서 100%(추정손실)까지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한다.

문제는 은행별로 기업의 여신 심사기준이 다르다 보니 같은 기업에 대한 여신의 건전성 분류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한 기업을 두고 A은행에서는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추가 대출을 제한하는 반면 요주의 등급을 매긴 B은행은 소위 '살릴 기업'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역시 채권은행들이 서로 다른 잣대로 기업을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각 은행의 해당 기업에 대한 건전성 분류가 2등급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조정한다는 통상적인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정밀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각 은행이 실시한 건전성 분류 현황을 모두 들여다본 후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모두 걸러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을 포함해 기업 여신을 취급하는 전 금융기관에 "올해 결산감사시 충당금 적립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주채무계열 내 계열사에 대한 별도 재무구조 평가와 더불어 다음달부터 진행하는 특별 신용위험 평가를 토대로 은행 스스로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충실히 하라는 취지다. 또 기업의 불분명한 자구계획을 이유로 여신을 연장하는 관행을 점검해 엄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또 다른 한 고위관계자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지 않으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회사 스스로 이런 충격에 미리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세원·조민규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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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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