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년 새 여섯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정도로 조급한 모습을 보이며 7% 성장률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듭되는 금리인하가 중국 정부의 7% 달성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앞두고 전격 발표된 이번 조치가 보다 강력한 부양 조치의 신호탄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이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금리를 내리면서 성장 모멘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중국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3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위안화 대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4.35%로,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내린 1.5%로 조정했다. 지급준비율도 0.5%포인트 낮춰 17.5%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여섯 번째 금리인하로 중국의 금리는 지난 1년 새 6.00%에서 4.35%로 무려 27.5%(1.65%포인트)나 낮아졌다.
중국 정부가 다음달 초 이후로 예상했던 금리인하 카드를 이번에 서둘러 꺼내 든 것은 경기둔화로 인해 일자리 증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올해의 목표인 7% 성장이 한층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통계상 올해 신규 고용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상은 철강 등 과잉생산 업종과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부딪히며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다고 최근 BOA메릴린치는 분석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ㆍ4분기 6.9%에 이어 4ㆍ4분기 7.2% 정도의 성장을 해야 가능한데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고 고용마저 악화하면서 시장에는 7% 달성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경기둔화가 사회불안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도 중국 최고지도부가 통화정책 카드를 서둘러 꺼내는 이유다. 최근 저장성·장쑤성 등의 중소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일으키고 있고 금융 상품이 제때 이자와 원금을 주지 못하자 일부 가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커창 총리는 23일 공산당 중앙당교 3차 경제강연에서 "통화정책은 국가위험회피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이 같은 우려를 반영했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로 일단 8,000억위안(약 141조2,000억원)이 시중에 더 풀리면서 증시는 물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어느 정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정부의 의도대로 민간 기업에 흘러가 경기회복을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래리 후 맥쿼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유동성은 한계에 달한 국유기업이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듭되는 금리인하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막고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중국발 양적완화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편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금리와 지준율 인하 조치가 26일부터 시작되는 5중전회에 임박해 발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13차 5개년 계획의 윤곽이 잡히는 5중전회에서는 통화정책보다 더 화끈한 경기부양책이 경제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는 "5중전회는 중국 경제가 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불안정한 경착륙을 계속할지, 아니면 의미 있는 개혁들로 경제에 다시 활력을 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