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용어 처음 사용… K뱅크 참여업체 중 유일한 스타트업
“안정적 색채 강한 K뱅크에 혁신 이미지 불어 넣을 것”
“지난해 임신 상태였음에도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족의 만류도 뿌리치고 창업에 도전했어요. 5개월 전 출산예정일에도 출근했을 정도예요.”
19일 서울 사당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효진(32·사진) 8퍼센트 대표는 요즘 보기 드문 당찬 여성 최고경영자(CEO)였다.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8년 간 은행원 생활로 안정된 길을 가고 있었음에도 새 경험과 사회적 기여에 대한 목마름으로 은행을 돌연 그만뒀다.
해외의 P2P(개인간 거래) 대출중개 서비스 사례에 매혹돼 창업에 나선 것이다. 뱃속에 첫 아기까지 있었지만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빠른 트렌드 변화를 감안하면 주저할 수 없었다. 지금은 모든 인터넷 은행 컨소시엄이 쓰는 ‘중금리 대출’이라는 용어도 처음으로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은행원 출신이라서 금융 서비스 창업에 더 매력을 느꼈고 도움도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8퍼센트는 P2P 대출중개 금융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이사비용’, ‘학자금’ 등 원하는 대출액수를 플랫폼에 올리면 8퍼센트가 자체 툴로 채무자의 신용등급을 분석, 금리를 정하고, 이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각각 소액을 모아 대출해준다. 이 회사의 평균 대출금리가 7.94%라서 사명도 8퍼센트이고 지금까지 상환율도 100%다. 기업 대상 서비스도 하는데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의 경우 여기서 13억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창업해 고작 1년만에 대출중개(투자)액이 82억원을 기록했다. 아직은 수수료가 무료이지만 현재 2만5,000명 수준인 이용자가 더 늘어나면 1~2% 가량의 수수료로 수익을 낼 생각이다.
“그동안 캐피탈업체나 대부업체가 개인 소매 대출 시장을 도맡은 상황에서 ‘8퍼센트’의 중금리 대출·투자 서비스는 혁신”이라며 “고금리·저금리 시장으로 양분된 대출시장에서 8퍼센트가 개척할 영역은 무궁하다”고 강조했다.
8퍼센트는 특히 최근 KT가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 참여기업 중 유일한 스타트업 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소액주주로 참여했지만 KT·우리은행 등 공기업 성격이 강한 회사들이 주류를 이루는 K뱅크 컨소시엄 내에서 8퍼센트는 부족한 혁신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중금리 대출 업무를 이미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관련 노하우를 K뱅크와 적극 공유하고 해당 인터넷은행과의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금융서비스는 혁신 이전에 안정성이 반드시 기반 돼야 하기 때문에 K뱅크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며 “8퍼센트는 인터넷은행이 필요로 하는 핵심 고객을 이미 보유한 상태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빠른 혁신 흐름을 못 따라가는 제도 때문에 아직도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P2P 대출중개 서비스가 관련 제도 미비로 대부업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