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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산업 경쟁력 위기지만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
亞공략 명품 소비재 키워야
中 경착륙·美 통화압력 대비 조선·철강 등 구조조정 불가피
중기적합업종은 재검토 필요
내수 中企수출업체로 육성… 신흥국 벗어나 EU 등 공략
정부는 규제완화·稅지원을
"대기업은 중국 특수에 기대고 중소기업은 관성적인 보호의 테두리에 갇혀 모두 야성을 잃었습니다. 기업들이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과실을 누리지 못할 겁니다. 패스트팔로어 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글로벌 경기둔화'라는 오르막에서 10개월째 브레이크 없이 뒤로 밀리는 수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혹독했다.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였던 중국 특수에 편승해 호시절을 누렸지만 정작 필요한 혁신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사업재편 등 경영 합리화에 소홀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내놓았다. 신흥시장에서 선진국 대비 낮은 품질과 저가 제품을 수출하는 구도로는 새 무역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비스 등과 연계된 정보기술(IT) 융합, 바이오, 의료 등을 비롯해 중산층 시장을 겨냥한 명품 소비재 산업 등을 키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선·해운·철강 등 장치산업에 대해서는 '이번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안이한 접근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총 5회에 걸친 '흔들리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에는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이 참석했다.
-수출 상황부터 진단해달라. 10개월 연속 월별 마이너스다. 위기라면 얼마나 위기인가.
△김극수 원장=우리 주력 수출품목이 예전 같지 않은 게 문제다. 수출산업이 경쟁력 위기에 빠졌다. 그동안 우리 수출은 선진국을 모방해 성장해왔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쉽게 수출을 늘려왔지만 제조업 혁신과 경쟁력 개선 노력은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 빠지면서 우리 제품의 수요마저 줄어든 것이다.
△윤원석 본부장=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전까지 중국에 과잉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베이징올림픽도 있었고 제조업 허브로서 글로벌 밸류체인도 집중됐다. 그렇게 키웠던 버블이 빠지면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그 여파가 우리의 중후장대 산업, 장치산업 수출감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쪽은 대기업 위주고 통상압력도 많이 받는다. 엔저로 경영이 개선된 일본이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면 과연 과거의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신민영 부문장=우리는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이 7.6% 감소했다. 반면 세계 평균으로는 13.5% 줄었다. 우리만 유독 안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이 고성장할 때는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무역성장률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 성장이 내수로 옮아가면서 무역성장률은 앞으로 세계 성장률을 밑돌 것이다. 중국의 3·4분기 성장률이 6.9%인데 제조업은 5%밖에 안 된다. 제조업만 보면 이미 경착륙이다. 수출이 신흥국에 집중된 한국은 미국 금리 인상 등이 단행되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수출전망은 어떤가.
△신 부문장=내년에는 금액 면에서 비슷하거나 2%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 우리 수출의 회복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신흥국 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고 선진국들도 경제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양새다. 가장 큰 우려는 환율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의 무역흑자폭이 커 과거 플라자합의 같은 절차를 통해 동아시아에 통화절상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윤 본부장=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의 타격이 있을 것이다. 중국까지 합치면 수출의 신흥국 비중이 70~80%나 된다. 수출 비중이 낮은 유럽연합(EU) 등을 공략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철강·조선·유화 등 경쟁품목의 자급률이 거의 대체수준까지 왔다. 장치산업들이 구조개편을 단행해 고부가가치화하느냐가 중요하다.
-3·4분기 경제성장률(1.2%)을 보면 내수가 성장률을 1.9%포인트 올렸고 수출은 0.7%포인트 내렸다. 정부도 내수 중심 경제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원장=원론적으로는 찬성이다. 다만 소득 주도 성장이라며 방점을 소비진작에 두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소비만 늘면 부채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시 가계부채가 문제가 된다. 내수는 한계가 있다. 시장만 봐도 5,000만명과 73억명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 20~30년 동안 세계 시장을 겨냥해 산업구조를 준비해왔다. 내수만으로는 그동안 키워온 자동차와 철강·화학 같은 규모의 경제를 가져갈 수 없다. 서비스업을 강화해야 하지만 경제성장의 방점은 제조업 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 개척으로 가야 한다.
△윤 본부장=내수는 일자리를 만들어 시장을 돌아가게 한다. 단기 경기부양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내수는 소상공인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상공인이 투자를 받아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수와 수출이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근본적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신 부문장=수출을 통한 성장은 중국의 성장둔화로 힘든 상황이 됐다. 경제구조 전환의 핵심은 서비스 부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은 곳이 금융·보험·통신 이런 쪽이다. 다만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잠재적 서비스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서비스 지출이 교육에 몰려 있는데 여가·관광·문화·테마파크 등의 수요를 만족시킬 공급이 충분히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수출 전반을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 부문장=우리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나라는 개방을 통한 경쟁을 금과옥조로 여겨야 한다. 가급적 보호의 테두리를 없애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이 보호받다 보니 기업들이 야성을 잃고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윤 본부장=중소기업 수출이 전체의 30%밖에 안 된다. 중소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대기업 납품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을 중견·글로벌 기업으로 크게 할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크면 모두 고용으로 연결된다. 낙수효과가 크다.
△김 원장=세계 각국이 구조조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산업이 전환기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스마트·전기차, 제조업은 스마트 공장과 3D프린터 등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았을 때 과감한 구조조정을 마친 나라들만 그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우리 수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해야 할 산업이나 품목이 있나.
△신 부문장=IT 기반 서비스와 바이오다. 시장에는 IT를 기반으로 한 무인비행기(드론)와 우버택시 등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눈을 안으로 돌려 국내 드론 상황만 봐도 답답하다. 이런 부분이 규제에 걸려 있어 어렵다는 답만 나온다.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해야겠다'는 쪽으로 시각을 전향해야 한다. 바이오도 잠재력이 크다. 우리나라 생물 관련 인재가 많지만 이를 소화할 산업이 없다. 바이오에 불이 붙는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
△김 원장=늘어나는 아시아 중산층을 공략할 명품 소비재를 키워야 한다. 중산층은 급성장하는데 한국에 팔 만한 고부가가치 소비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한류 등 이미 기반은 마련돼 있다. 소득이 늘어나도 밥은 많아 봐야 하루 세 끼다. 하지만 쓸 만한 소비재는 이보다 더 수요가 많이 창출될 수 있다.
-최근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 부문장=기업이나 관료들이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세계 경제는 새로운 상황에 와 있다. 구조적 저성장을 의미하는 뉴노멀 시대다. 중국 특수로 과잉소비와 과잉생산이 지난 10년간 이뤄졌는데 사실 이게 어브노멀(abnormal)이다.
△윤 본부장=정부는 규제완화·세제지원 등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직접 관여하면 시장 왜곡이 초래되고 해외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김 원장=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법제화도 제때 돼야 효과를 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큰 숲을 봐야지 너무 세세한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 연내 관세인하를 위해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사회=이상훈 경제부 차장
/정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사진=송은석기자